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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4부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1장 유머는 나의 생명!, 판첸라마 대소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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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4부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1장 유머는 나의 생명!, 판첸라마 대소동

건방진방랑자 2021. 7. 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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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첸라마 대소동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판첸라마 대소동!’이다. 천신만고 끝에 열하에 도착한 일행에게 또 하나의 불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티베트의 판첸라마를 만나 예를 표하라는 황제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춘추대의(春秋大義)’로 무장한 그들로선 만주족보다 더 망측한 서번의 오랑캐에게 머리를 조아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날벼락이었다. “모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당번 역관들은 허둥지둥 분주하여 술이 덜 깬 사람들 같았다. 비장들은 공연히 성을 내며 투덜거렸다. 거 참, 황제의 분부가 고약하기 짝이 없네. 망하려고 작정을 했나.”라는 극단적 발언이 오고가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 연암은 무얼 했던가?

 

 

나야 한가롭게 유람하는 처지인지라 조금도 참견할 없을 뿐더러 사신들 또한 내게 자문 같은 걸 구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에 나는 내심 기꺼워하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거 기막힌 기회인 걸.’

余以閒散從遊 凡於使事得失 毫無關涉 而亦未甞諮諏相及 是時余腹裏暗自稱奇曰 此好機會也

 

손가락으로 허공에다 권점을 치며 속으로 생각을 요리조리 굴려보았다. ‘좋은 제목이로다. 이럴 때 사신이 상소라도 한 장 올린다면, 천하에 이름을 날리고 나라를 빛낼 텐데. 한데, 그리 되면 군사를 일으켜 우리나라를 치려나? 아니지. 이건 사신의 죄니, 그 나라에까지 분풀이를 할 수야 있겠는가. 그래도 사신이 운남이나 귀주로 귀양살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게야. 그렇다면 차마 나 혼자 고국으로 돌아갈 수야 없지. 그리 되면 서촉과 강남 땅을 밟아 볼 수도 있겠군. 강남은 가까운 곳이지만 저기 저 교주나 광주 지방은 연경에서 만여 리나 된다니, 그 정도면 내 유람이 실로 풍성해지고도 남음이 있겠는걸.’

又以指尖圈空曰 好題目也 是時使臣 若復呈一疏 則義聲動天下 大光國矣 又自語曰 加兵乎 曰 此使臣之罪也 豈可移怒於其國乎 使臣滇黔雲貴不可已也 吾義不可獨還蜀 江南地吾其踐兮 江南近矣 交廣距燕京萬餘里 吾遊事 豈不爛漫矣乎也哉

 

나는 어찌나 기쁜지 즉시 밖으로 뛰쳐나가 동편 행랑 아래에서 건량마두 이동을 불러냈다. “이동아, 얼른 가서 술을 사오너라. 돈일랑 조금도 아끼지 말고, 이 이후론 너랑 영영 작별이다.” 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余暗喜不自勝 直走出外 立東廂下 呼二同 乾糧馬頭名 曰 趣買沽酒來 爾無慳錢 從此與爾別矣

 

 

, 이 기상천외의 유머! 앞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듯이, 이 일로 인해 조선사행단이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했던가? 또 돌아온 뒤에도 공식보고서에는 올리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판첸라마가 하사한 금불을 받아온 데 항의하여 성균관 유생들이 집단행동을 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연암은 이 와중에 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처럼자신의 여행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호모 루덴스혹은 어린이 되기

 

이런 식의 유영(遊泳)’이 가능하려면 자신을 아낌없이 던질 수 있는 당당함이 요구된다. 자의식 혹은 위선이나 편협함이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한, 이런 식의 태도는 불가능하다. 웃음이란 기본적으로 자아와 외부가 부딪히는 경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웃음이야말로 그 꽃들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이 유머 행각들은 어떤 대상과도 접속할 수 있는 유목적 능력, 혹은 자신을 언제든 비울 수 있는 무심한 능동성의 소산에 다름아니다. 말하자면, 그는 비어 있음으로 해서 어떤 이질적인 것과도 접속할 수 있었고, 그 접속을 통해 홈 파인 공간매끄러운 공간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그 위에서 종횡무진 뛰어놀았다. 마치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처럼,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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