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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7. 이 책에 구원이 있었소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7. 이 책에 구원이 있었소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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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 책에 구원이 있었소

 

 

다음날 쇼생크 감옥 초유의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앤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모두 혼비백산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가장 피가 마르는 것은 노튼 소장이다. 앤디와 가장 친했던 레드를 붙들고 늘어지는 소장. “늘 같이 있었잖나? 뭔가 말한 게 있을 텐데?” 레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기적이 일어났군. 귀신처럼 사라지다니! 흔적도 없이! 돌 몇 개와 여자 사진만 남겨놓고!” 소장은 길길이 날뛰다가 앤디의 방 여기저기로 돌을 집어던지고 그러다가 라켈 웰치의 멋진 포스터를 맞힌다. 그 순간 아름다운 리타 헤이워드 이후로 앤디의 방을 늘 지키고 있었던 여신의 육체가 숨겨준 비밀의 문이 드러난다.

 

 

 

 

레드의 내레이션은 드디어 앤디의 머릿속에 살고 있던 모차르트를, 앤디가 늘 입고 다니던 투명코트의 비밀을 통쾌하게 누설한다. “1966년 듀프레인은 쇼생크 감옥을 탈출했습니다. 진흙 묻은 죄수복이 발견되었죠. 비누 한 개랑 닳아서 해진 망치 하나도 발견되었죠. 굴을 파려면 600년이 걸릴 걸로 생각했던 그 망치 말입니다. 그에게는 20년도 안 걸렸죠. 그는 지질학을 좋아했습니다. (……) 오랜 시간에 걸쳐 압력과 지질을 연구한 거죠. 지질학은 시간과 압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합니다. 터널을 파는 것도 압력과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포스터는 터널의 입구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지요. (……) 듀프레인은 견딜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 시궁창을 500미터나 기어갔습니다. 저라면 안 했을 겁니다. 500미터라니. 축구장 5개만 한 길이죠.”

 

 

 

 

포스터의 비밀이 벗겨지던 바로 그 순간 한 신사가 주 은행에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류상에만 존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랜달 스티븐스.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없는 게 없었습니다. 서명마저 똑같았죠. (……) 듀프레인은 그날 아침 은행을 12군데나 들렀습니다. 소장의 돈 37만 달러를 찾아갔습니다. 죄 없는 옥살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었죠.” 앤디는 은행 직원을 통해 소장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기록한 보도 자료를 보내고 포틀랜드 신문에는 쇼생크-타락과 살인의 온상이라는 폭로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한다. 우리의 친절한 앤디 씨는 소장에게 상큼한 작별의 편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장 말이 옳았소. 이 책에 구원이 있었소.” 소장이 늘 돈세탁의 근거지로 사용하던 금고 속에는 소장의 성경과 앤디의 성경이 은밀하게 바꿔치기 되어 있었다. 물론 앤디의 소행이다. 소장이 한때 빼앗을 뻔했던 앤디의 성경 속에는 구원의 망치를 숨겨놓는 비밀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새파랗게 질린 소장은 자기 앞에 놓인 선택지가 체포 아니면 죽음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소장에게 성경이 악행의 은밀한 알리바이였다면 앤디에게 성경은 엑소더스를 향한 무기였던 것이다.

 

 

 

 

노튼 소장, 체포 영장 가져왔소. 문 열어요!” 소장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을 향해 총구를 겨누다가 결국 그 총신을 자신의 목에 겨눈다. 앤디는 자신만 탈옥한 것이 아니라 노튼 소장 재임기의 쇼생크의 통치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킨 것이다. 죄수들은 앤디를 그리워하면서도 앤디의 목격담을 통쾌한 영웅 서사로 치장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동료에게 맥주를 달라는 조건으로 자신의 금융 관련 지식을 기꺼이 내다 팔았던 앤디, 쇼생크 도서관을 짓고 죄수들의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소장의 충견 노릇도 마다치 않았던 앤디……. 누구보다도 앤디를 그리워하는 것은 레드였다. 가족이나 연인 못지않게 서로를 아꼈던 두 사람은 어느새 떼어놓을 수 없는 영혼의 분신이 되어 있었다. 앤디는 멕시코 국경을 넘기 직전 레드에게 소인만 달랑 찍힌 빈 엽서를 보내고 레드는 앤디의 무언의 메시지를 이해한다. “그의 빈자리는 때로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새는 가둘 수 없다는 걸 떠올려야만 했죠. 새의 깃털은 눈부시게 아름답죠. 새들이 비상하는 기쁨을 뺏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래도 저는 허전했습니다. 제 친구가 그리웠죠.” 30년 넘게 복역했던 레드는 드디어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고, 브룩스가 잠시 머물다 죽었던 바로 그 방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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