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세우기
락성(樂性)과 지방(地方), 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기본적인 것은 대충 된 듯한데, 예를 조금 들어보기로 하자.
소음인은 기준을 잡는 일을 중시한다. 공부할 때도, 그 과목의 개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비로소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소음인 친구 하나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꽤 들어서 전공을 바꾸어 다시 대학에 간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씽씽 돌아가는 고등학생과 겨룬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수능시험으로 과목이나 적으면 좀 나은데, 그 당시는 학력고사 시절이라 전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 정리, 요약하기였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다. 예를 들자면 그 과목을 이렇게 정리한다.
‘정치는 공정한 배분의 학문이고 경제는 효율적인 배분의 학문이다. 사회는 공정하고 효율적이면 잘 돌아가므로 정치와 경제 공부가 그 두 축이다.’
위의 정리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너무 따지지 말기 바란다. 그저 예로 들어본 것이니까. 어쨌든 이런 식으로 물리면 물리, 화학이면 화학을 각각 한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 다음에는 좀 더 세분하여 각 장(章)의 내용을 또 이런 식으로 한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 작업을 끝내고 나서 공부를 했더니 훨씬 쉽더라고 한다.
필자도 나이 들어 공부할 일이 있어서 그런 방법들을 좀 써보았더니 확실히 효율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소음인 아이들을 보면 그런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각 과목에 대해서 필자가 요약했던 내용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런데 소음인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효과는 필자가 느낀 ‘좀 효율적이더라’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 말 한두 마디로 ‘가장 어려워했던 과목이 가장 쉬운 과목으로 바뀌더라’라는 정도의 엄청난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꽤 보았다. 이런 부분이 소음인이 기준을 세우는 일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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