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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서양사, 4부 줄기 - 8장 중세적인, 너무나 중세적인, 대학과 학문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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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서양사, 4부 줄기 - 8장 중세적인, 너무나 중세적인, 대학과 학문③

건방진방랑자 2022. 1. 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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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학문

 

 

그러다가 실로 오랜만에 11세기 말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영국의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가 신학상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스콜라 철학의 문을 열었다. 그의 고민은 인간 이성과 신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였다. 사실 이것은 이성이 발달하면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쉽게 말하면 신을 무조건 믿을 것이냐, 알고 믿을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을 이성의 차원에서 논하는 자세였으니 당대의 주교들은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안셀무스만큼 아우구스티누스에 통달하고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안셀무스는 자신이 던진 난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해 보여주었다. 그의 결론은 신앙이 지식보다 먼저이며 신앙을 깊게 하기 위해 지식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교부철학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론이었으나 안셀무스의 생각은 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결론은 결국 신앙으로 회귀했지만, 이제 신앙을 말하는 데도 이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된 것이다.

 

이렇게 종교를 이성으로, 학문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스콜라 철학의 자세는 곧이어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12세기 초에 제기된 실재론(實在論)과 유명론(唯名論)의 대립인데, 흔히 보편논쟁이라고 불린다. 실재론은 실체나 본질이 따로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책상의 실체, 삼각형의 실체가 개별 책상이나 삼각형과 별도로 실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명론은 실체라는 것은 이름일 뿐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경험하는 개별적인 사물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딘가 낯설지 않은 논쟁이다. 바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 내세웠던 이데아 개념을 둘러싼 논쟁과 닮은 게 아니던가? 세상 만물은 그림자에 불과하고 진정한 실체는 따로 있다. 그것이 바로 이데아다. 플라톤 철학은 이런 내용이었다. 이것을 인정하면 실재론이고 부정하면 유명론이다. 서양철학이 플라톤 철학의 주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렇게 그의 철학적 쟁점이 2000년 가까이 지난 뒤에도 새로 제기된다는 데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플라톤의 문제를 달리 해결한 사람도 있었다. 바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였다. 문제가 제기된 양태가 닮은 꼴이라면 답을 내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중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할은 누가 맡았을까?

 

아우구스티누스가 플라톤의 철학을 바탕으로 교부철학을 완성한 이래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사에서 잊힌 인물이 되었다. 중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보존하고 발전시킨 것은 유럽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였다. 그리스도교권처럼 학문적 배타성이 없었던 이슬람 세계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이 편견 없이 풍부하게 연구되었다. 특히 신학과 친화력이 있는 플라톤의 사상에 비해 과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이슬람 신학과 별로 상충하지 않았다. 이 연구 성과가 에스파냐를 거쳐 서유럽에까지 흘러들어 온 것이다.

 

12세기 초 프랑스의 신학자 아벨라르(Pierre Abélard, 1079~1142)는 수입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보편논쟁을 해결했다. 그의 결론은, 보편적인 것은 존재하지만 개별적인 것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보편자는 개별자를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며, 개별자는 보편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무라는 실체가 존재해야만 내 집 마당의 감나무가 존재할 수 있지만, 나무의 실체는 별도로 존재한다기보다 바로 내 집 마당의 감나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실재론과 유명론의 절묘한 절충인데, 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질료와 형상의 관계(154쪽 참조)를 연장하고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었다면 서양 철학이 가능했을까?

 

 

인용

목차

동양사

한국사

연표: 선사~삼국시대

연표: 남북국~고려

연표: 조선 건국~임란

연표: 임란~조선 말기

연표: 대한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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