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사실과 전승담론의 조화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예수의 공생애의 사역과 관련하여 드러난, 공적인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적인 사실을 하느님적 경지와 조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전통사회는 사(士)ㆍ농(農)ㆍ공(工)ㆍ상(商)이라는 계급적 분별이 있었다. 크게는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있었다. 어느 사회든 전통사회에서는 이러한 구분은 매우 보편적ㆍ심층적 문명의 경향성이었다. 모든 문명(=인간세)은 선을 긋기를 좋아한다. 이스라엘 사회는 당시 사ㆍ농ㆍ공ㆍ상 대신에 다른 계층적 구조가 있었다.
최상층에는 극소수의 정치적 지배자들이 있었다. 왕과 총독, 그리고 그 주변의 고급행정관료들이 있었다. 이들은 인구의 1%도 채 되지 않지만 당시 이스라엘 땅의 과반을 소유하고 있었다. 다음이 제사장들(the Priests)이다. 이들도 국토의 15% 이상을 소유하는 부유한 지주들이었다. 다음이 특권향당들(the Retainers)인데 고위군인들과 실무관료들이다. 그 다음 상인들(the Merchants)이다. 상인들은 하층에서 상향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대에 상당한 부와 권력을 향유하고 있었다. 이들까지는 이스라엘 사회의 지배계층에 속한다.
그 아래로 인구의 2/3이상을 차지하는 농민(the Peasants)이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종교나 정치에 관련없이 하루하루 땅을 갈고 생산하여 상층민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피착취계급이었다. 한발ㆍ수해ㆍ질병ㆍ빚에 쉽게 노출되며 이러한 재난에 희생당하면 그냥 공동경작민이나 소작인이나 부랑민으로 전락해버린다. 예수의 비유에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이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하는 공인들(the Artisans)이다. 이들은 농민보다도 하층의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재산이 없는 최하층에서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인들 밑으로 인도의 불가촉천민(the Untouchables)과도 같은 천민들(the Degraded and Expendable classes)이 있었다. 이들은 일정한 거처가 없는 부랑민들, 거지들, 법외자들, 불량민, 매춘부, 하루 품상 노동자들, 노예들이었는데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이 방치된 천민들이야말로 이스라엘과 같은 농경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외인(方外人)들이었다. 예수를 둘러싼 대부분의 군중들이란 바로 이 천민들이었다. 이들은 일정한 거처가 없었기 때문에 우루루 몰려다닐 수 있다. 예수의 갈릴리 사역에 우루루 같이 몰려다니는 이 군중이야말로 홈레스(homeless) 천민들이었다.
예수가 작은 생선 두어 마리와 떡 일곱 조각으로라도 먹일 수밖에 없었던 군중, 그들은 사흘씩이나 굶으면서도 예수를 따라왔고 이제 기진하여 길거리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마 15:32, 막 8:2~3) 그런 사 오천 명의 군중이었다.
이스라엘 사회 계층구조 | 인구비례 | 토지소유비례 | |
왕(王) | the Ruler and the Governors | 15% | 75% |
제(祭) | the Priests | ||
사(士) | the Retainers | ||
상(商) | the Merchants | ||
농(農) | the Peasants | 70% | 25% |
공(工) | the Artisans | 5% | |
노(奴) | the Degraded and Expendable classes | 10% |
역사적 예수가 만약 목수였다고 한다면, 그는 농민과 천민의 중간에 끼어있는 공인(工人)계급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목수는 결코 사회적 지위가 높은 기술자가 아니었다. 요즈음처럼 월급을 많이 수령하는 대접받는 공장기술자가 아니라, 농촌의 읍락 한구석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왕조시대의 장인(匠人)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이 하층의 예수를 고귀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기 위해서는 좀 특수한 드라마적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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