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세가지 의미
우리가 보통 ‘소’(cow)라고 하면 그 소는 대강 대별하여 다음의 세 가지 뜻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는 첫째 갑돌이네 집에 있는 그 소, 즉 특정한 역사적 시공에 살아 움직이는 개체로서의 소를 특칭하여 일컫는 말일 것이다(a particular cow). 둘째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소,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모든 소를 전칭하여 부르는 말일 것이다(all Cow). 그리고 셋째로는 모든 소가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소됨, 그러니까 소의 모든 속성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cowness).
a particular cow | 특정한 역사적 시공에 살아 움직이는 개체로서의 소를 특칭하여 일컫는 말 |
all Cow | 모든 소를 전칭하여 부르는 말 |
cowness | 소의 모든 속성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 |
지금 우리가 붓다라는 말을 쓸 때, 이 붓다라는 말 또한 이와 같이 우리의 일상언어가 뜻하는 세 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부처’라는 우리말은 ‘붓다’에서 받침이 탈락되면서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변화한 형태이다.) 첫째, 붓다는 한 시대, 한 공간에서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한 인간, 고타마 싯달타(산스크리트어로는 Gautama Siddhārtha, 팔리어로는 Gotama Siddhatha)를 가리킨다. 석가모니, 즉 사카무니(Śākya-muni)는 ‘사캬족의 성자’라는 뜻이다. 석가족에서 배출된 성자라는 의미에서 추앙된 이름이다. 그러니까 석가(Śākya, 팔리어 Sākiya)는 종족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석가종족은 또 다시 여러 씨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싯달타가 속해 있는 씨족의 이름이 바로 고타마이다. 그러니까 고타마란 것은 우리말의 성씨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광산김씨’정도에 해당되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가 탄생했을 때 정반왕 부친이 지어준 이름 즉 명(名)에 해당되는 것이 싯달타였다. 싯달타란 ‘그 목적을 성취한 사람’(he whose aims are fulfilled.)이란 뜻이다. 이미 싯달타라는 이름 속엔 그의 보리수하의 성도에 대한 예언이 담겨져 있다. 『수행본기경』에는 그가 룸비니에서 탄생하여 카필라궁전으로 교룡거를 타고 돌아왔을 때 왕이 궁전 문밖으로 마중을 나왔는데, 그때 모여든 범지(梵志, Brannacārin)와 상사(相師, 관상쟁이)들이 그의 탄생을 경하하며 만세를 부르고, 이름을 지어 싯달타라 소리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於時集至梵志相師, 普稱萬歲. 卽名太子, 號爲志達. 『修行本起經』 卷上, 「菩薩降身品」第二, 『大正』 3-463.】. 싯달타의 음역을 보통 ‘실달’(悉達)이라 하는데 이것 역시 ‘모두 이루었다.’라는 뜻을 교묘하게 내포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 위서 한 마지막 말과도 상통하는 표현이다.(‘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19:30.)
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싯달타, 카필라성에서 태어나 결혼해서 잘 살다가,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성도하고, 45년간 종교활동을 하다가 80세에 죽었다는 한 사나이, 그가 이 땅에서 시공을 점유한 하나의 존재인 한에 있어서는 분명 나, 도올 김용옥과 똑같은 호모사피엔스에 속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가 응신(應身)이든, 화신(化身)이든, 보신(報身)이든, 응화신(應化身)이든지를 막론하고 그는 나와 같은 색신(色身, rūpa-kāya)을 보유한 한 인간일 뿐이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색신(色身)의 붓다를 우리는,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와 같은 용법의 맥락에 따라, 역사적 붓다(historical Buddha)라고 하자!
우리가 근본불교나 원시불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역사적 붓다를 전제로 함에 있어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다. 역사적 붓다가 애초에 실존하지 않았던 픽션이라고 한다면 근본불교니 원시불교니 하는 논의가 근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가 삼장의 비나야나 니까야ㆍ아가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료들이 그 역사적 붓다의 실상에 후대의 대승경전보다 더 접근하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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