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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3. 소쉬르의 언어학적 ‘혁명’, 소쉬르 언어학의 기본명제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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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3. 소쉬르의 언어학적 ‘혁명’, 소쉬르 언어학의 기본명제②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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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 언어학의 기본명제

 

 

셋째, 공시성(synchrony)과 통시성(diachrony)에 관련된 것입니다. 예컨대 주어는 동사와 함께 쓰이며, 타동사는 목적어를 갖습니다. 이런 경우 주어는 동사와, 타동사는 목적어와 공시적이라고 합니다. 공시성이란 이처럼 어떤 기호를 사용하는 데 동시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말합니다. 반면 통시성이란 것은 예컨대 이란 말이 역사적으로 서울이란 말이 되기까지 겪은 역사적 변화를 가리킵니다. 흔히 역사성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한 말이죠..

 

따라서 그가 보기에 언어학에는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통시언어학은 언어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고, 공시언어학은 언어의 규칙과 체계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소쉬르는 이 둘 중에서 언어학의 중심 영역은 공시언어학이라고 합니다.

 

넷째, 문장을 엮어가는 형식으로서, ‘결합관계계열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결합관계란 프랑스어로 생타금(syntagme)이라고 하고 계열관계는 파라디금(paradigme)이라고 합니다. 다음의 예를 봅시다.

 

문장이란 나는 밥을 먹는다라는 식으로 단어들이 일정한 법칙에 의해 결합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단어들이 공존하며 연쇄를 이루는 관계를, 그리하여 서로 연관되어 결합될 수 있는 관계를 결합관계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가로축이 바로 결합관계의 축이지요.

 

      긷는다    
  먹는다   결합관계
  우리     버린다   (syntagme)
                     
 
계열관계(paradigme)
   

 

 

한편 위 그림에서 보듯이 대신에 우리’, 혹은 그 밖에 주어가 될 수 있는 건 아무 단어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나 먹는다도 다른 단어도 대체될 수 있는 건 마찬가집니다. 이처럼 어떤 단어가 다른 것으로 선택되어 대체될 수 있는 관계를 계열관계라고 합니다. 즉 위 그림에서 세로축이 바로 계열관계의 축이지요. 이 두 개의 축이 단어들을 문장으로 만들고 언어로 조직하는 틀을 제공합니다.

 

다섯째, 소쉬르는 기호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좋다’ / ‘나쁘다를 말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의미라는 말과 유사한데, 사실은 의미란 말과 달라지는 내용을 표시하기 위해 끌어들인 용어입니다.

 

이와 관련해 소쉬르는 이란 단어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프랑스어의 mouton이란 뜻인데, 알다시피 영어에서 sheep입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프랑스어의 mouton은 산 양이든 죽은 양이든, 양고기든 모든 종류의 양을 다 가리킵니다. 반면 영어에서 sheep은 살아 있는 양만을 가리킵니다. 이런 점에서 가치는 다른 거지요.

 

영어에는 프랑스어의 mouton에 해당되는 mutton이 있지요. 이 말은 mouton이 영어화된 말입니다. 알다시피 mutton도 양이란 뜻이지요. 그러나 영어에서는 살아 있는 양을 가리킬 때는 mutton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죽은 양, 양고기 등을 가리킬 때만 씁니다. 이런 점에서 moutonmutton가치가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여기서 잠시 상상력을 발동해 봅시다. 영국인이 프랑스어를 배웁니다. 프랑스인이 양을 가리키면서 mouton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영국인은 ! moutonsheep이란 뜻이군하겠지요. 그런데 또 양고기 요리를 보면서 mouton이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상응하는 영어가 없자, “! mouton이란 양고기를 가리키는 거군하겠지요. 그런데 살아있는 양이야 계속 Sheep을 사용할 테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양고기를 보고선 프랑스인에게 배운 단어를 쓸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mutton은 원래 프랑스어와 달리 양고기란 뜻이 되었을 겁니다. 이는 mouton 이란 기호의 가치가 영어에 들어오면서 달라진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달라진 이유는 sheep이란 단어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마 양고기를 뜻하는 다른 기호가 있었다면 그 말은 안 쓰이거나 다른 뜻으로 쓰였겠지요.

 

이는 기호의 가치가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moutonsheep이 가리키는 것과 다른’(different), 그러나 아직 별도의 기호가 없는 대상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 것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mouton(mutton)의 가치는 sheep이나 영어의 다른 기호들에 의해, 즉 그 기호들과 다름을 표시하고 있지요.

 

소쉬르에 따르면 외래어만이 아니라 모든 기호들이 다 그렇다고 합니다. ‘강아지개새끼는 모두 개의 새끼를 뜻합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그건 다른 가치를 갖지요. 뒤의 말은 주로 욕을 할 때 사용하지요. 만약 이게 강아지와 같은 뜻이라면 이 단어를 별도로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단어가 쓰이는 것은 다른 단어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고, 또한 다를 때만 그렇습니다. ‘개새끼란 기호의 가치는 강아지란 기호와의 차이에 의해 정해진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기호의 가치는 차이’(diference)에 의해 결정된다고 소쉬르는 말합니다. 이는 뒤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명제니 꼭 기억해 두십시오.

 

 

위 그림은 반 아이크(Jan van Eyck)아르놀피니의 약혼(The betrothal of Arnolfini)에 등장하는 강아지다. 기묘한 표정의 상인 아르놀피니와 이미 배가 남산만큼 부른 약혼자의 발 밑에서 얼쩡대는 중인 것을 끌어왔다.

그런데 아직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두 가지 평범한 제목을 생각중이다. ‘하나는 강아지’, 다른 하나는 개새끼’. 이 두 기호는 동일한 지시체를 갖는다. 둘 다 작은 개, 혹은 개의 새끼를 뜻한다. 그러나 같은 지시체를 갖는 이 두 기호는 너무도 다르다. 이 두 가지 의미를 구별하지 못해서, 섞어 썼다간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기호는 자의적이기에 어떤 걸로 써도 별 상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두 기호를 대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자의적이지 않은 걸까? 아니면 이미 사회적으로 부여된 의미 때문일까? 그렇지만 동일한 지시체를 갖는 두 기호가 이렇게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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