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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사고구조의 보편적 질서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사고구조의 보편적 질서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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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구조의 보편적 질서

 

 

다음으로 그는 자연과 사회, 자연과 문화, 인간을 관통하는 선험적 무의식을 통해 보편적인 사고질서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즉 그가 말하는 근친상간 금지는 보편적인 사고의 무의식적 기초요, 보편적인 사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문화와 자연, 그리고 정신의 동형성(同形性)을 기초짓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원주민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유방식입니다. 흔히 마술적, 주술적이라 불리는 이 사고방식은 자연을 기초로 전개되는데, 레비-스트로스는 이것을 야성적 사고’(la pensée sauvage, savage mind)라고 합니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ㆍ지속적으로 자연을 관찰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러한 야성적 사고는 세계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에서, 그리고 세계의 현상들을 바라보는 관심의 차이에서 과학과 구별될 뿐, 혼돈을 넘어서 나름의 질서를 파악하는 방법이란 점에서는 과학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래서 레비-스트로스는 야성적 사고를 구체적인 것의 과학이라고 부릅니다.

 

야성적 사고는 원시인 혹은 미개인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도 공유하고 있는 근원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방식, 일차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야성적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의 보편적 기초인 셈입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토테미즘이나 카스트제도, 혹은 신화 등을 분석함으로써 토테미즘에도 나름의 논리와 체계가 있고, 보편화와 특수화라는 사고 메커니즘이 작동함으로써 사물을 분석 종합하는 사고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러한 자연적 사고방식에 주술이나 마술이란 이름을 붙여 과학과 대립시키고, 비과학적이기에 불합리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근대의 과학혁명이 본격화된 15~16세기 이전의 자신들의 역사도 이해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친다는 것입니다. 서구인들이 내세우는 과학적 사고방식 역시 이런 야성적 사고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거겠냐는 거지요. 이런 점에서 야성적 사고는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을 이어주는 매듭이며, 자연에 기초한 무의식적 사유라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에 공통된 선험적 사고구조요, 보편적 사고질서를 뜻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가 말하는 야성적 사고란 일종의 구조적 무의식 혹은 사회적 무의식인 셈입니다.

 

 

수피(樹皮) 책에 기록하고 있는 인디언들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가 그린 벽화다.

영화 미션을 보았는가? 저 원주민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를 묻는 질문에, 이들이 신을 알며 예술을 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사실 그건 교단에서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결국 로버트 드 니로는 결사항전으로, 제레미 아이언스는 미제레를 노래하며 동정을 구하는 축음의 행렬을 인도한다.

비슷한 장면을 슬픈 열대에서 읽을 수 있다. 1517년 성 제롬 수도승단은 식민주의자들에게 원주민들이 그들 자신의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식민주의자의 대답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원주민들의 손자 대에 가서나 자립생활이 가능할까, 현재의 원주민들은 악덕에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 증거로 그들은 에스파냐 사람들을 회피하려고 하며, 보수 없이 일하기를 거부하지만 때로는 그들 자신의 소유물들을 남에게 모두 주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 가운데 어떤 자들의 귀를 잘라 버렸을 때도 그들은 그 친구들을 버리는 법이 없다.” 따라서 원주민들은 자유로운 동물로 남아 있기보다는 인간의 노예가 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식민주의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그래서 레비-스트로스는 두 집단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백인들은 원주민들이 동물이기를 바랐지만,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신은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는 데 만족했다.” 그리고 역사는 헤겔 말처럼 악인들이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저 빌어먹을 역사에 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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