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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07학년도~11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 11. 10년 임용: 시험이 끝나자 찾아온 활기 본문

건빵/일상의 삶

07학년도~11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 11. 10년 임용: 시험이 끝나자 찾아온 활기

건방진방랑자 2019. 4. 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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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년 임용: 시험이 끝나자 찾아온 활기

 

작년엔 시험을 보고 절망을 맛봤다면, 이번엔 시험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 마지막 시험이기에 좀 더 느긋하게 이 순간을 즐기잔 생각으로 교실에서 맨 마지막에 나왔다.

 

 

온고을 중학교는 나와 징한 인연이 있다.

 

 

 

시험 끝나자 활기가 찾아오다

 

복도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경수 누나와 미연이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다들 오랜만에 만났기에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시험이 끝난 것이기에 한껏 들뜬 모습이 스민다.

미연이의 남자친구는 미연이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라. 처음 보지만 훈훈한 모습이 맘에 든다. 신기하게도 고등학생 때부터 사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사귀고 있다던 남자친구다. 시험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함께 나가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올해가 마지막 시험이라 생각했기에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미리 연락해서 바로 올라가겠다고 얘기를 해뒀다. 터미널로 가는 길엔 경수누나와 함께 했고 시청 근처 추어탕집에서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었다. 문뜩 2007년에 광주에서 임용 시험을 본 후 동기 한 명과, 후배 세 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었다. 당연히 임용시험이 끝난 후라 정답을 맞춰가며 밥을 먹는데, 체하는 줄 알았다. 정답을 얘기하는데 보기 좋게 모두 빗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자리가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하면 올핸 맘이 한결 편하다. 단순히 시험을 잘 봤나, 못 봤나 하는 것보다, 마지막 시험을 마쳤다는 홀가분한 느낌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으로 시험이 끝난 날 먹는 점심이 꿀맛 같았던 거다.

 

 

세훈이가 고기를 굽고 난 사진을 찍는다. 뭐 이런 진상 손님이 다 있누.  

 

 

 

함께 모여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

 

서울로 향하는 길은 조금 밀리더라. 그래서 240분 정도 걸리던 길이 3시간이 걸렸다.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암사역으로 향한다. 세훈이네 집에 도착하니 750분이 되더라. 들어가면서 아주 태연하게 다다이마ただいま (세훈이는 일본어 전공이다)”라고 인사했다. 이미 이사할 때 와서 짐을 거들어준 적이 있기 때문인지, 우리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있더라.

세훈이는 커피숍 매니저인지라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 오지 않았고 정훈이 형과 충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만난 적이 많으니, 세훈이가 없어도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으니 세훈이가 왔고 저녁을 뭐 먹을까 했는데, 마트에서 고기를 사와 구워 먹자는 것이다. 그래도 나도 장보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기회에 서울을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으니, 장도 보고 서울 구경도 하고 일석이조다. 이마트에서 고기와 상추를 사서 돌아왔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 맘도 여유로워졌고 그저 모든 걸 하는 게 즐겁기만 하다. 우린 목살 한 근에, 삼겹살 두 근을 샀다. 장을 보며 토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을 만끽했고, ‘이런 게 사는 즐거움이야라는 느낌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세훈이가 하나하나 맛있게 구워줬고 난 심간 편하게 구워진 고기를 먹기에 바쁘다. 입에 착착 감겨오는 고소함이 시험의 중압감을 위로해주는 듯했다. 어찌나 맛있던지 배 터지도록 많이 먹었다. 안다, 고기를 먹던 그 시간에 우린 누구 하나 시험이 어땠냐?’, ‘미래는 어찌할 거냐?’라고 묻진 않았지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게 우리들만의 우정을 표현하고 누리는 방식임을 말이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선 한강에 나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서울은 낯선 곳이기에 여기저기 다니고 싶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들 엉덩이를 붙이고 가만히 있는 바람에 그런 기대는 무산되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컬트셉트란 게임을 하다가 잠에 든 것이다. 그 순간이 되자 오늘 하루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매 순간이 고맙고 만족스러웠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만족하며 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기서 관둔다 해도 후회 없는 도전을 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런데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배게도 높고 잠자리도 어색하니,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세훈이가 고기를 굽고 난 사진을 찍는다. 뭐 이런 진상 손님이 다 있누.  

 

 

 

인용

목차

사진

1. 06년 임용: 첫 시험의 불안감을 안고 경기도에 가다

2. 06년 임용: 내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다

3. 07년 임용: 한바탕 노닐 듯 시험 볼 수 있을까?

4. 07년 임용: 광주에 시험 보러 와서 한계를 느끼다

5. 08년 임용: 시린 어둠과 찬란할 빛

6. 08년 임용: 기분 좋은 떨어짐

7. 09년 임용: 국토종단으로 반란의 꿈을 키우다

8. 09년 임용: 반란은커녕 뒤꽁무니 치다

9. 10년 임용: 마지막 시험에 임하는 자세

10. 10년 임용: 오수생 마지막 임용시험을 보다

11. 10년 임용: 시험이 끝나자 찾아온 활기

12. 10년 임용: 10년지기 친구들과 만나 즐기다

13. 때 지난 임용 낙방기를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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