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6년 임용: 첫 시험의 불안감을 안고 경기도에 가다
어느덧 나도 오수생이 되었다. 장수생이라 할 수 있는데 나도 이렇게 긴 시간동안 공부를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고 솔직히 이런 느낌이 매우 생소하기까지 하다.
어느덧 오수생이 되다
처음 임용을 볼 때만 해도 동기 여학생들은 사수생이었다. 그땐 동기들을 보며 ‘무척 길게도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렇게 막연히만 생각했던 상황에 닥치게 된 것이니 놀랍다고 하는 말 밖에,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무신경한 만큼이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아 제발 돌아와줘’라고 외칠 건 아니다. 흘러버린 시간이 ‘임용합격’이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5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은 모두 소중했고 그 시간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걸 테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 그런 만족에 덧붙여 꿈꾸던 임용합격까지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테지만. 바로 이 순간, 다섯 번째 시험을 목전에 둔 순간이다.
▲ 수도권으로 꼭 가고 싶었다. 그래서 첫 시험부터 경기도로 무작정 지원했던 것이다.
첫 시험에 스민 자신감, 언뜻 보이는 불안감
첫 시험을 볼 때만해도 크나큰 기대가 있었다. 이걸 『연금술사』에선 ‘초심자의 행운’이라 표현했다. 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왠지 모르게 내가 되리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끼워 맞춰 ‘모든 기운이 임용합격을 말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특히 여자 친구와 헤어진 사건은 ‘합격을 위한 시련’ 쯤으로 합리화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근심과 걱정 속에 있을 때 살게 되며, 편안함과 즐거움 속에 있으면 죽게 된다(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 -「告子」 下 15)’는 구절처럼 시련과 아픔이 나를 대성하게 만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첫 임용이지만 자신만만했고, 교사가 되더라도 수도권 근방에서 되고 싶었다. 그땐 고미숙씨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읽으며 ‘수유+너머’와 접속하여 ‘임용을 위한 공부’가 아닌 ‘삶을 바꾸는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기롭게 경기도에 출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 경일이 형 차를 타러 가기 전에 5층 로비에서 찍은 사진.
경일이 형 차를 빌려 타며 수원까지 올라왔고 버스를 타고 군대 친구가 살고 있는 시흥으로 갔다. 그 당시 경일이 형 차를 타기 전에 5층 로비에서 찍은 사진엔 자신감에 가득 찬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땐 일기장에 아래와 같이 썼었다.
솔직히 조금 긴장만 될 뿐이다. 아니 오히려 멀리 놀러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이 가득하니 좋은 생각들로 가득 채워보련다. (2006.12.03)
확신 같은 것으로 치장하긴 했지만 언뜻 불안감도 스친다. 아무래도 첫 시험이니 겉으론 태연한 척할지라도 속은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뜻이리라.
정답 없는 문제를 풀러 떠났고 그곳에서 난 다른 세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 시흥에서 연거푸 들었던 노래는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면 돼!’라는 가사가 나오는 마야의 「나를 외치다」란 노래였다.
▲ 시험을 보러 가는 순간부터 주구장창 들었던 노래. 정말 많은 힘이 됐다.
인용
1. 06년 임용: 첫 시험의 불안감을 안고 경기도에 가다
3. 07년 임용: 한바탕 노닐 듯 시험 볼 수 있을까?
4. 07년 임용: 광주에 시험 보러 와서 한계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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