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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07학년도~11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 6. 08년도 임용: 기분 좋은 떨어짐 본문

건빵/일상의 삶

07학년도~11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 6. 08년도 임용: 기분 좋은 떨어짐

건방진방랑자 2019. 4. 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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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8년 임용: 기분 좋은 떨어짐

 

더욱이 예년 임용과는 달리 경기도에서 충원이가 함께 시험을 보기에 잘 곳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됐다. 충원이가 서울에서 집을 구해 살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함께 잠을 자고 다음 날 수원으로 함께 출발하면 됐으니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토요일엔 맹렬히 공부를 했고 서울로 출발했다. 내가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세훈이도 나와 맞이해줬다. 내 생각 같아선 좀 쉬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을 따라 쉬지도 못하고 돌아다녀야 했다. 첫 임용 때에 비하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니 마음은 편하고 어색함도 덜했지만, 또한 그게 안 좋기도 했다. 저녁으로 고기까지 구워 먹고 세훈이가 가는 것을 보고 들어와 조금이라도 책을 보겠다고 펼친 시간이 거의 11시가 되었을 때였으니 말이다. 마음은 불안하지 그렇다고 몸은 내 맘처럼 안 되지 이래저래 조급증이 밀려올 것만 같았다. 그나마 며칠 전에 유정 선배를 만나 삶에 치이지 않는 방법이나 조급증이 밀려올 때 태연해지는 방법에 대해 들었던 터라, 그 말을 곱씹으며 조금이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밖에 잠을 못 자서 컨디션이 최악이었음에도 이를 악물고 달렸더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던 말씀, 결국 컨디션 운운하며 시험을 잘못 봤다고 하는 것도 합리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정 선배는 이때 한창 마라톤을 시작하여 열심히 달리던 때였다. 그래서 나를 보자마자 자신이 마라톤을 하며 경험했던 것을 썰로 풀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저 일기를 쓰면서 합리화하지 말자, 핑계 그만 대자라고 속으로 외쳤던 것이고 그걸 다시 곱씹는 이 순간에도 그 말은 나에게 힘이 됐던 것이다. 그래 합리화는 이제 그만~ 정정당당하게 내 실력으로 후회없는 평가를 받아보는 거다.

 

 

저녁까지 잘 먹고 충원이 집에 들어와 책을 펴들었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멈추어 세울 수 있는 힘

 

수원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본 단풍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자연의 메시지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기엔 다음과 같이 썼다.

 

 

단풍도 예쁘게 물들었고, 그 고즈넉한 도외지의 풍경은 눈요기를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이야말로 말로 전해주진 않으나 가슴을 울려주는 암묵적인 위로였던 셈이다. 불끈 희망이 솟고 기분이 가벼워질 수 있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2008.11.09)

 

 

위 일기를 읽어보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어떤 메시지라도 들으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예민해졌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자연과의 교감은 수능을 보러 갈 때나 첫 임용을 보러 갈 때처럼 마음이 심란하고 무언가 복잡할 때 주로 이루어진다.

시험장에 도착해서는 한층 가열 차게 나를 비우고 오로지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를 채근했다. 자꾸 맘은 긴장하려 하고 두려움에 떨리려 하니, 어떻게든 나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남들과의 경쟁이다.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맞아야만 내가 합격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 결과를 이루어내기까지는 나와의 경쟁이니 말이다. 스스로 금을 긋고자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껏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후회 없이 쏟아내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 바로 과정이라 해야 맞다.

(중략)

지금은 그저 나도 잊고 너도 잊고 긴장을 덜고 그 빈자리에 시험지와 맘껏 소통한 흔적만을 채우면 된다.

 

 

위와 같이 맘먹은 순간 적어도 난 시험을 보러 온 뭇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시험을 보러온 다른 사람과는 달랐을 거라 믿고 싶다. 그건 힘이고 저력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 힘으로 객관식으로 바뀐 첫 시험지를 열심히 풀었다.

 

 

경기도에 첫 시험 이후로 2년 만에 다시 왔다. 

 

 

 

과정에 만족할 수 있던 08년 임용

 

시험이 끝나고 나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그건 재작년에 느꼈던 뿌듯함과도 같았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으니 말이다.

 

 

난 신중히 최선을 다했다. 경거망동은 내 스스로 금 긋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어차피 객관화되지 않은 내 실력에 대한 확신일 뿐이니 말이다. 마지막까지 정말 모든 생각을 비우고 최선을 다했고,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왔을 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 기분은 확실히 재작년에 느꼈던 그런 기분이다.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데 대한 만족이니까.

 

 

그날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 듯이 좋았다. 모든 걸 꼭 다 이룬 사람처럼 말이다. 08년은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었고, 최고의 한해였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낙방이었다.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과정과 시험을 보던 그 순간의 열정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과가 안 좋더라도 실망하기보단 한 해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낙방이란 결과가 나온 후에 다시 수원을 찾았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가 아닌 놀기 위해서. 

 

 

인용

목차

사진

1. 06년 임용: 첫 시험의 불안감을 안고 경기도에 가다

2. 06년 임용: 내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다

3. 07년 임용: 한바탕 노닐 듯 시험 볼 수 있을까?

4. 07년 임용: 광주에 시험 보러 와서 한계를 느끼다

5. 08년 임용: 시린 어둠과 찬란할 빛

6. 08년 임용: 기분 좋은 떨어짐

7. 09년 임용: 국토종단으로 반란의 꿈을 키우다

8. 09년 임용: 반란은커녕 뒤꽁무니 치다

9. 10년 임용: 마지막 시험에 임하는 자세

10. 10년 임용: 오수생 마지막 임용시험을 보다

11. 10년 임용: 시험이 끝나자 찾아온 활기

12. 10년 임용: 10년지기 친구들과 만나 즐기다

13. 때 지난 임용 낙방기를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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