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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34. 곽예, 태평성대와 나이듦을 시로 담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34. 곽예, 태평성대와 나이듦을 시로 담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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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 태평성대와 나이듦을 시로 담다

 

소화시평권상 34엔 곽예(郭預)가 지은 두 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半鉤踈箔向層巓 엉성한 발을 반쯤 걷어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萬壑松風動翠烟 수많은 골짜기의 솔바람이 푸른 이내를 일으키네.
午漏正閑公事少 정오라 참으로 한가하여 공무가 거의 없으니,
倚窓和睡聽鈞天 창에 기대어 평화롭게 졸며 천상의 음악을 듣누나.

 

제직려(題直廬)라는 시는 태평성대의 모습을 균천(鈞天)’공사소(公事少)’란 시어로 잘 드러냈다. ‘균천(鈞天)’을 통해 상제와 임금을 동일시하고 공사소(公事少)’를 통해 자신의 게으른 모습을 등장시킴으로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묘사는 일출이작 일입이식 경전이식 착정이음 제력하유우아재(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이란 격양가(擊壤歌)에 아주 잘 절실히 묘사된 양식을 계승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賞蓮三度到三池 연꽃을 감상하러 세 번 삼지(三池)에 이르렀는데,
翠盖紅粧似舊時 푸른 일산, 붉은 화장 옛 모습 같아라.
唯有看花玉堂老 오직 꽃을 보는 옥당의 늙은이만이,
風情不减鬢如絲 풍정은 그대론데 귀밑털은 하얗구나.

 

상련(賞蓮)이라는 시는 늙음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한 시다. 자칫 자연의 무한성과 인간의 유한성을 대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이 시에선 늙음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자연에 대해 극단적인 애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기에 대비로까지 보는 건 문제가 있다. 그저 나이듦에 대한 소탈한 자기 인식을 표현한 시라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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