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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 태평성대와 나이듦을 시로 담다
『소화시평』 권상 34번엔 곽예(郭預)가 지은 두 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半鉤踈箔向層巓 | 엉성한 발을 반쯤 걷어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
萬壑松風動翠烟 | 수많은 골짜기의 솔바람이 푸른 이내를 일으키네. |
午漏正閑公事少 | 정오라 참으로 한가하여 공무가 거의 없으니, |
倚窓和睡聽鈞天 | 창에 기대어 평화롭게 졸며 천상의 음악을 듣누나. |
「제직려(題直廬)」라는 시는 태평성대의 모습을 ‘균천(鈞天)’와 ‘공사소(公事少)’란 시어로 잘 드러냈다. ‘균천(鈞天)’을 통해 상제와 임금을 동일시하고 ‘공사소(公事少)’를 통해 자신의 게으른 모습을 등장시킴으로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묘사는 ‘일출이작 일입이식 경전이식 착정이음 제력하유우아재(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이란 「격양가(擊壤歌)」에 아주 잘 절실히 묘사된 양식을 계승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賞蓮三度到三池 | 연꽃을 감상하러 세 번 삼지(三池)에 이르렀는데, |
翠盖紅粧似舊時 | 푸른 일산, 붉은 화장 옛 모습 같아라. |
唯有看花玉堂老 | 오직 꽃을 보는 옥당의 늙은이만이, |
風情不减鬢如絲 | 풍정은 그대론데 귀밑털은 하얗구나. |
「상련(賞蓮)」이라는 시는 늙음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한 시다. 자칫 자연의 무한성과 인간의 유한성을 대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이 시에선 늙음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자연에 대해 극단적인 애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기에 대비로까지 보는 건 문제가 있다. 그저 나이듦에 대한 소탈한 자기 인식을 표현한 시라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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