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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체시의 묘미가 담겨 있는 김지대의 한시
『소화시평』 권상 33번에 나온 「제유가사(題瑜伽寺)」라는 시는 요체시(拗體詩)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요체시란 시의 수사미를 위해 평측 자리를 뒤바꾸는 등 조탁에 대단히 신경을 쓴 시를 말한다.
寺在煙霞無事中 | 절은 짙은 안개 낀 텅빈 곳에 있고, |
亂山滴翠秋光濃 | 어지러운 산에 푸른빛이 떨궈져 가을빛이 짙구나. |
雲間絶磴六七里 | 구름 사이로 난 끊어진 돌 비탈 예닐곱 리오, |
天末遙岑千萬峰 | 하늘 끝까지 닿을 듯한 아득한 봉우리는 천만 봉우리로구나. |
茶罷松檐掛微月 | 차를 다 마시니 솔 처마엔 초승달 걸려 있고, |
講闌風榻搖殘鐘 | 강 끝나니 바람 품은 책상엔 잔잔한 종소리 들려오네. |
溪深應笑玉腰客 | 시내 깊어 응당 옥대 찬 나그네 비웃으리라. |
欲洗未洗紅塵蹤 | 속세의 자취 씻으려 하나 씻어내지 못했다고. |
시는 한 구에 너무 많은 걸 우겨넣지 않고 여백의 미를 남겨 놓으려 한다. 그러니 수련(首聯)의 재(在)에 ‘연하무사중(烟霞無事中)’이 함께 걸리며, 무사(無事)는 묘사하는 대상이 절에서 사람으로 바뀌어 ‘아무 일 없는 중에’라는 게 아니라, 그대로 절에 대한 묘사로 ‘텅 비어있는 중에’라고 풀이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수련(首聯)엔 깊은 산 속에 묻혀 있는 절을 묘사하고, 함련(頷聯)엔 속세의 때가 닿을 수 없음을 절로 향하는 길로 표현함으로 드러냈으며, 경련(頸聯)엔 고즈넉하고 평온한 절의 광경을 보여주고 있고, 미련(尾聯)엔 ‘깊은 계곡물 소리=비웃는 소리’로 치환함으로 자신이 속세의 때 벗지 못한 어리석음을 말하며 성속화(聖俗化)된 절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 끝맺고 있다.
寺在煙霞無事中 | 깊은 산 속에 묻혀 있는 절을 묘사 |
亂山滴翠秋光濃 | |
雲間絶磴六七里 | 속세의 때가 닿을 수 없음을 절로 향하는 길로 표현 |
天末遙岑千萬峰 | |
茶罷松檐掛微月 | 고즈넉하고 평온한 절의 광경을 보여줌 |
講闌風榻搖殘鐘 | |
溪深應笑玉腰客 | 성속화(聖俗化)된 절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킴 |
欲洗未洗紅塵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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