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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에 나타난 이속의 수용 양상 - 2.4. 속언의 가치를 인정한 홍길주, 이규경, 조재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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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에 나타난 이속의 수용 양상 - 2.4. 속언의 가치를 인정한 홍길주, 이규경, 조재삼

건방진방랑자 2022. 10. 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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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속언의 가치를 인정한 홍길주, 이규경, 조재삼

 

 

속언의 가치 있다고 본 세 인물

 

홍길주(洪吉周, 1786~1841)정약용아언각비(雅言覺非)가 중국의 언어문자를 기준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바로 잡는 것에 대해 그 식견의 정밀함과 해박함, 변증과 논란의 상세함에 대해서는 칭찬하면서도 다른 논의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자세와 지나치게 중국적 기준을 적용하려는 태도를 비판하였다洪吉周, 睡餘瀾筆續 111. 丁茶山著書, 正東人言語文字之訛舛. [書名雅言覺非] 援据精博, 辨詰 詳鬯, 无容異議. 唯往往不免有太局者. 如云杜子美詩, 足踏宿昔跰, 跰與繭同, 足皮起也. 東人疏牘, 以再除前職爲重蹈宿跰, 是認跰爲跡也. 余則謂此固未必非誤認. 然曾所屢出入, 殆至繭足之地, 今又重蹈, 以此爲解, 亦未嘗不成文理. 其書中, 又往往論中國文字使用之轉訛於古昔者而輒云, 此自中國沿誤已久, 今不必改. 何其曲護中國而苛誅東俗耶? 恐東人不肯心服耳.. 아울러 홍길주는 속언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우리나라의 속담(俗談) 중에 문장에 쓰일 만한 것이 매우 많은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예컨대 남의 떡잎이 커 보인다’, ‘남의 죽음이 내 작은 병만 못하다’, ‘먼저 먹고 뒤에 걱정해라’,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호두껍질의 쉰내 나는 즙도 남 주기는 아깝다는 것들은 모두 빼어나고 특출한 문장의 재료가 되기에 손색없다. 남이 노래할 때 듣지 않다가 여음에 이르자 느닷없이 곡조가 틀렸다고 의논한다’, ‘좋은 노래도 가끔 들어야 좋다는 것들은 세상을 살며 사람과 접촉할 때 큰 도움이 되는데, 유독 문장에만 쓰이지 못할 뿐이다. ‘바늘허리에 실 묶기’, ‘쥐구멍으로 소 몰기라는 말은 내가 일찍이 잡저(雜著)에서 사용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옛 사람의 글 속에 다 갖추어져 있으니 사람들을 쉽게 깨우치기로 속언이 옛글보다 낫다.

東諺可入文詞者甚多, 而無用之者. 別人荳瓣大,’ ‘別人屍不如我微恙,’ ‘先喫後鬱鬱,’ ‘笞先受爲快,’ ‘胡桃殼蔫液不肯予人之類, 俱不害爲絶奇文料. 又如別人唱歌胡不聽, 到餘音而徑議其失腔,’ ‘好歌曲罕聆方好之類, 尤大有助於應世接人之際, 不獨可入文詞而已. ‘縛線針腰,’ ‘驅牛鼠穴,’ 余嘗取用於雜著述中, 此等說, 古人書中, 非不具有, 而悟人之易, 諺勝於古書. -洪吉周, 睡餘瀾筆58.

 

 

위의 말은 우리 속언의 가치에 대한 홍길주의 인식이 얼마만큼 긍정적이고 구체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우리 속언이 특출한 문장의 재료로서 손색이 없고 세상사에 부응하고 사람들과 접촉할 때도 필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영조 때의 장령 신응삼(辛應三)은 왕의 앞에서 속언을 입에 올리면서 그것이 비록 비리하지만 나름 이치가 있다고 하였다承政院日記(탈초본)75, 영조 49(1773) 56(甲子) . 近來春雨則或過, 而當夏劇農之節, 反有靳澤之歎. 臣以俗談仰達, 殊涉猥屑, 而竊嘗聞俗談曰, 春雨之頻數, 婦女之手闊, 蓋謂過費而還縮也. 此雖俚諺, 其理則然..

 

홍길주의 속언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속언은 시문 창작의 긴요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홍길주는 문장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기에 느닷없이 가슴에서 이루어지는 한두 단락의 문장이나 사물과 마주하여 문사에 쓸 만하다고 여겨지는 절묘한 비유나 아름다운 말을 얻게 되면 작은 쪽지에 써서 보자기나 상자에 넣어 두었다가 책자로 만들어 문료(文料)라고 제목을 붙여놓고 글쓰기의 재료로 삼고 미처 다 쓰지 못한 것을 남겨 두었다가 뒷사람에게 물려주려고 생각하였다洪吉周, 睡餘放筆59. 少時志專於文詞, 胸中或驀然成奇文一二段, 或遇事物, 得奇喩環語之可 用於文辭者, 往往錄于片楮, 寘巾篋中, 後當作文, 鎔琢而用之. 然其未及錄而忘之者, 與錄寘巾篋 而亡去者, 甚多. 其遇題而見用, 盖厪一二止耳. 恒欲作一冊子, 題曰文料, 有所思, 輒雜記之, 其見用者, 隨卽句之, 未見用者, 留以貽后人竟卒, 卒未果而今老矣. 文逕日蕪, 胸中殆空, 空然可恨.. 그와 같이 문학 창작의 재료를 갈구하던 그에게 속언은 문장을 빼어나게 만들어 줄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둘째, 속언은 세상에 부응하고 사람과 접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등 사회교제적 기능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는 대화의 기술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남과 대화할 때의 주의점을 이십여 가지로 정리하여 객좌담계(客座談戒)’라고 제목을 붙이고 벽에 써 붙여 두었다고 한다洪吉周, 睡餘放筆36.. 그 예를 들자면, 이미 말한 것을 되풀이하지 말 것, 남의 말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 것,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시정에 회자되는 이야기는 이미 서로가 반복적으로 들어 지겨우므로 말하지 말 것 등이다洪吉周, 睡餘演筆33. 逢人於久別之餘, 不須道時事中膾炙經久者. 吾與彼雖初相酬酌, 彼之與別人言此事, 宜已至幾十百, 遭我之言, 亦太不新矣. 當事, 人與我交厚, 我固不可不竭其所知, 以裨其不逮, 如或我認以自得之獨見而告彼, 彼業已以此說, 屢與人講劘, 便屬陳腐, 則當奈何, 此又不可不慮及.. 여기에 쉽고 간략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 속언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 추가될 수 있겠다.

 

이규경(李圭景)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변증을 통한 박물고증학의 세계를 구성하였다. 그는 벽()이 있다고 할 만큼 변증에 몰두하였는데, 참된 지식과 적확한 견해가 아니면 한갓 가담항설(街談巷說)에 불과하기에 군자는 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변증의 자료가 된다면 비록 이언(俚諺)이나 야담(野談)까지도 수집했다고 하였다李圭景, 五洲衍文長箋散稿, 燕銜石辨證說. 凡事物之辨證者, 若非眞知的見, 則其所辨者, 無非街譚巷說, 故君子不取也. 予於事物, 援古證今, 每欲發明其原委, 所聞者謏, 所見者寡, 故雖俚諺野談, 罔不搜羅. 或有一斑之窺, 則暖姝之紀載不已, 了無裁度, 每受大方之譏笑, 而不自恤焉. 甚矣, 其好辨之癖也..

 

조재삼(趙在三, 1808~1866)송남잡식(松南雜識)의 방언류(方言類)에 우리 속언을 150여개 정도 수록하고 필요할 때는 그 의미를 밝혀주었다趙在三, 松南雜識(林氏本) 枇卷.

 

 

 

조선의 속언에 대한 문인들의 인식 정리

 

조선조 전시기를 통해 살펴본 문인들의 속언에 대한 인식과 관념은 다음의 몇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권근과 대다수의 문인지식인들의 인식으로서, 우리말이나 속언을 문장으로 쓰기에는 번다하고 비리하여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둘째, 서거정김종직ㆍ정구ㆍ홍만종이익정약용과 같은 지식인의 인식으로서, 교훈성ㆍ실용성과 함께 세교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한편 유한준은 그들과 의식의 층위를 조금 달리 하지만 넓은 차원에서는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는 속언이 비리하고 촌스러운 반면 신기(神機)가 유동하고 오묘한 이치에 핍진하고 사정에 절실하며 상도에 배합되고 사물의 법칙에 들어맞는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셋째, 어숙권과 같이 속언의 유희성ㆍ해학성에 주목하는 유형이 있다.

넷째, 홍길주와 같이 문학 창작의 재료로 인식한 유형이 있다.

다섯째, 이규경이나 조재삼과 같이 유서를 구성하는 주요 지식 중 하나로 인식한 유형이 있다.

아래에서 이러한 속언 인식 유형에 따른 실제 문장에서의 활용 양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인용

목차

한문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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