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개가에 거부감을 드러낸 향랑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숙부와 향랑의 언급을 통해 드러나는 사고(思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하루는 숙부님께서 나를 일러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떻게 백년토록 너를 부양하겠니? 네 남편이 너를 영원히 버린 것은 기필코 너의 잘못이 아닌데 떳떳하고 한창인 젊은 여자가 어찌 혼자 살아가겠니? 다시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시더라.
一日 叔父 謂我曰, “吾何以百年養女乎? 汝夫永棄汝 必無更推之理 常漠少女 何以獨居乎? 莫若更適他人云”
㉯
내가 대답하기를, 「숙부님께서는 어찌 차마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비록 떳떳하고 한창인 나이인데다가 또한 부도(婦道)의 덕을 행하지는 않았으나 몸은 이미 남에게 허락했건만 어찌 남편의 어질지 못함으로 다시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我答曰, “叔父 何忍出此言也? 我雖常漠 且不行婦道之德 而身旣許人 豈可以夫不良 而更適乎”
㉰
「하늘은 어찌하여 높고 먼 것이고 / 땅은 어찌하여 넓고도 광막한가 / 하늘과 땅이 비록 크다고 해도 / 이 한 몸을 의탁할 수 없으니 / 차라리 이 연못에 몸을 던져 /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내리라」
“天何高遠하며 地何廣邈인가 天地雖大라도 一身靡托이니 寧投此淵하여 葬於魚腹호리라”.
인용문 ㉮와 ㉯는 향랑이 숙부집에 머물고 있을 때, 숙부가 향랑에게 개가를 권유하고 그에 대하여 향랑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부분이고 ㉰는 향랑이 죽기 직전에 초녀에게 가르쳐주었다는 「산유화가(山有花歌)」 노래의 가사말이다.
우선 숙부와의 대화가 오고 간 ㉮와 ㉯의 상황에 주목해 보면, 숙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카에게 개가를 권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향랑의 신분은 사대부 계층이 아닌 일반 평민 계층에 속해 있었기에 개가(改嫁)를 한다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랑은 ‘개가(改嫁)’에 대하여 상당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기에 숙부의 개가 권유에 대해, “숙부님께서는 어찌 차마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비록 떳떳하고 한창인 나이인데다가 또한 부도(婦道)의 덕을 행하지는 않았으나 몸을 이미 남에게 허락했건만 어찌 남편의 어질지 못함으로 다시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라고 정색하면서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후에 강제로 개가를 시키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숙부댁을 떠나 다시 시댁(媤宅)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