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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78. 극단적 경쟁의식이 불인한 존재로 만든다 불인한 사람이 어떻게 성공하는지는 영화 『명왕성』을 통해 볼 수 있다. ▲ 교육의 문제를 전직 교사였던 감독이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교육의 이름으로 괴물을 만들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자막을 통해 나오는 자살한 초등 6학년의 편지는 공부란 미명으로 사람이 어떻게 병들어 가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한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이 편지를 보자. 죽고 싶을 때가 많다. 어른인 아빠는 이틀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는데, 어린이인 나는 27시간 30분 공부하고 20시간 30분 쉰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물고기가 되고 싶다. 잘 되라는 이유로 다음 세대에게 막중한 짐..
어린아이는 티 없이 맑고 밝다. 별 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고 자그마한 일에도 눈물을 터뜨린다. 그래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서 인간을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세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어린아이를 칭송한 것이다. ▲ 낙타는 묵묵히 순응하는 존재, 사자는 맞서는 존재, 하지만 어린아이는 인생을 즐기는 존재다. 돈이 모든 가치를 집어삼키다 그런데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지닌 삶에 대해 무한히 긍정하는 마음을 망각하게 하고, 세상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고정관념으로 덮어가게 한다. 더 이상 웃을 일도, 더 이상 울 일도 없이 표정은 사라지고, 감정은 가문 땅처럼 굳어지다 못해 쫙쫙 갈라진다. 살아 있기에 따뜻한 피는 흐르지만, 감정은 메말라 다른 존재에 대..
가슴 뛰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의 긴장과 설렘이, 날 가로막던 금기의 벽을 넘어설 때의 걱정과 불안이,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만날 때의 두근거림과 어색함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럴 땐 마치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비를 흠뻑 맞아가며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희를 온 몸으로 표현하듯 온갖 감정들을 맘껏 표현하고 싶어지며, ‘김씨표류기’의 김씨가 직접 밀을 재배하여 짜장을 만든 후 한 입 베어 물며 환희를 맛보듯 작은 행복이라도 흠뻑 맛들이고 싶어진다. ▲ 그 어떤 장면보다 뭉클한 두 장면. 가슴 뛴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마비되어 가다 그 얘기는 곧 너무도 익숙하여 어떤 고민도 안겨주지 않는 사람들만 만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척척 진행되는 일만 반복할 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