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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직면하자, 그만 합리화하고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질 싸움인 줄 뻔히 알고서, 자존심 때문에 싸움을 붙었다. 역시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런데 그 녀석 막상 일어나고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내가 얼마나 평화주의자인데... 그래서 억지로 맞아준 거야.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데....”라고 옷에 묻은 흙을 털면서 말하는 거다.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험이라고 해서 공부를 할 리 없다. 막상 시험을 본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나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데 그때 “난 학교에서 정답 맞추기 위한 기계가 되기 싫어서 공부 안 하는 거야. 너희들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공부하기 시작하면 금방 선두권에 들어갈 거라고...”라며 비웃듯 얘기하는..
34. 경쟁을 비판하면서도 경쟁을 부추기다 ▲ 충주 → 여주 / 64.69km 기상미션은 9시까지 하기로 했다. 오늘 달려야 할 거리도 그렇게 많지 않고, 더욱이 작년에 왔던 길을 달리는지라 걱정보단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에 여유 있게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기상미션 시간을 최대한 뒤로 미뤘고 8시 30분부터 체크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거실에서 눈을 떠 보니 7시쯤 되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7시 20분에 우르르 일어나더니 목욕탕으로 가더라. 평소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찜질방은 아무래도 푹 잘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에 그랬을 거다. 그래서 나도 목욕탕에 가서 살짝 샤워를 하고 출발할 준비를 마친 후 입구 쪽에서 기다렸다.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목욕..
그런데 어느 정도 산업화된 나라 중에서 왜 하필이면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생계형 영세 창업’이 최근에 이렇게도 유행하게 됐는가? 나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한국 국가의 성격에서 그 대답을 찾고 싶다. 한국 국가는 재벌이나 토건 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서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이는 기술을 잘 구사해왔지만, 또 한 편으로는 노동 부문이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나 복지가 우선 순위 중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주 익숙하다. 자본이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면서 성장하면 다행이고, 복지란 국가가 아닌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IMF 이전에도 위정자의 ‘상식’이었지만 IMF 사태 이후에 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결합되어 노동은 그야말로 ‘동네북’이 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근로자의 65%나 되고, 적어..
국가 폭력을 거부하는 데서 가장 근본적인 행동인 병역의 양심적 거부도 그들에게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제국주의에 종속된’ 국군이긴 해도 그 ‘국군’에서 복무하는 것을 ‘우리’ 대가족의 남성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인식하는 듯했다. 물론 국가와 군대를 ‘우리’의 기구로 인정한 이상, 그들이 1960년대의 구미 운동권이 목표로 한 폭력의 전면적인 거부와 근절을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한 문맥에서, 그들이 내무반에서 벌어지는 폭력 전통을 획기적으로 근절하지 못한 것이 과연 놀라운 일일까? (물론, 그들 중 개인적으로 삼갈 수 있을 때까지 폭력적 행위를 삼간 예외적인 인물도 있었다.) 한마디로, 1960년대에 서구와 미국의 무정부주의자들이 갈망하던 ‘모든 국가와 제도로부터의 인간성 해방’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