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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백마강을 보며 울분에 찬 정사룡 시 『소화시평』 권상 97번은 정사룡과 고경명은 시를 통해 백제 멸망의 스산함을 간직한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그 감회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를 통해 역사를 서술해나가는 것을 영사시(詠史詩)라고 하며 그 대표작으론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 있다. 나 또한 단재학교에 신입교사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겨울방학을 맞이했고 3명의 아이들과 부여여행을 떠났었다. 첫째 날엔 정림사지와 부여박물관을 돌아보며 백제의 역사를 곱씹었고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둘째 날엔 부소산성과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백제의 최후를 간접 경험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사룡의 시나 고경명의 시에서 느껴지는 가슴 절절한 아픔은 없었다. 우리에겐 이미 너무 머나먼, 그래서 ..
목차 1. 백제 최후의 수도 부여에 가다 부여가 나를 부르네 아는 만큼 보이는가, 아는 만큼만 보려 하는가 앎에 대한 강요가 아닌,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 백제에 대한 간단한 사전조사 2. 정림사지와 금동대향로로 본 백제 정림사지, 중흥의 찬가와 절망의 애가 석불좌상, 겉이 아닌 속으로 부여박물관과 금동대향로 구드래 돌쌈밥 그린피아찜질방, 잘 수 없는 찜질방 3. ‘삼천궁녀’ 이야기의 진실, 부소산성은 알고 있다 부소산성,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 삼충사 낙화암, 만들어진 이야기가 과거를 재구성한다 장원 막국수 인용 여행기
3. ‘삼천궁녀’ 이야기의 진실, 부소산성은 알고 있다 부소산성은 산책하듯 걸으면 되는 곳이다. 어젠 둘러볼 곳이 많아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면, 오늘은 산책하듯 부여의 역사 속을 거닐기만 하면 된다. 누군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외쳤다는데, 우린 여행 와서 산책할 자유를 외치고 있다. 부소산성은 사비왕궁의 후원이다. 백제의 왕이 된 듯한 기분으로 산책길을 따라 올라 간다. ▲ 또 다른 하루의 시작. 오늘은 산책하러 가자. 삼충사 삼충사에는 세 분의 백제 충신이 모셔져 있다. 성충과 흥수라는 분은 잘 모르지만, 계백장군의 초상화가 있어서 반가웠다. 오천 결사대와 계백장군의 이미지는 ‘황산벌’이란 영화에서 나오는 계백장군의 카리스마가 연상되기에 우락부락할 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았다. 하긴 이순신 장군이..
1.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관계 왜 부여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아마도 경주와 같은 고대도시의 풍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 학생들과 처음으로 떠난 여행지를 부여로 잡았다. 부여가 나를 부르네 2010년에 내 발로 직접 경주를 찾아가 보곤 깜짝 놀랐다. 이미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와본 곳인데도 말이다. 수학여행엔 나의 의지, 관심과는 상관없이 큰 손의 힘에 이끌려 강제적으로 봐야만 하니, 어떤 거대한, 엄청난 것을 보더라도 감흥이 없다. 초등학생 시절에 본 경주는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었다.(내 기억 속의 경주는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었는데, 과연 그게 실제상황인지,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내가 원해서 찾아간 경주는 모든 게 남달랐다. 더운 여름에 찾아가서인지 음습하..
진사 송유순의 시에 차운하다 次宋進士惟諄韻 倦遊蹤跡倍涼涼 乞郡南還計亦長 魂夢幾驚趨魏闕 松楸稍喜近家鄕 烽殘海戍三通角 吏散鈴齋一炷香 爽氣朝來頻拄笏 美人天圖渺西方 遠地自憐無可語 仙標誰意接芳塵 湖邊擬訪禽魚社 官裏難抽簿領身 聞酒熟時寧訴病 到花開處不言貧 行春一出何妨事 與子相携寂寞濱 病起因人作遠遊 벗 때문에 병석에서 일어나 먼 여행을 떠났더니, 東風吹夢送歸舟 봄바람 꿈결에 불어 돌아가는 배를 전송하네. 山川鬱鬱前朝恨 산천은 짙푸르니 전 왕조의 한인 듯, 城郭蕭蕭半月愁 성곽은 쓸쓸하니 반달도 시름겨워하는 듯. 當日落花餘翠壁 그 날 당시의 낙화는 푸른 석벽에 남아 있고, 至今巢燕繞紅樓 지금도 둥지의 제비는 붉은 누각을 맴도네. 傍人莫問溫家事 벗이여 온조왕 옛 일은 묻지 마시라. 弔古傷春易白頭 옛날을 조문하고 봄을 애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