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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권필과의 추억과 그의 친구 이안눌 『소화시평』 권상 92에 나오는 권필은 나와 묘한 인연이 있다. 나는 2007학년도 임용고시부터 시험을 봤었다. 그 당시 목표는 ‘졸업과 동시에 임용합격’이란 꿈을 꾸고 있던 때라 그 전 해에 실시된 임용 기출문제를 공부하던 중이었다. 14번 문제를 보는데 아무리 봐도 괄호 안에 어떤 말을 써넣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이 문제를 풀면서 ‘임용고사가 정말 어렵긴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 해에 광주에선 과락(32점)만 넘으면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문교과만 6명을 뽑는 시험에서 5명만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건 그만큼 문제의 난이도가 어려웠다는 걸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괄호 안에 들어갈 정답은 바로 ‘궁류..
임무숙이 삭과됐다는 걸 듣고문임무숙삭과(聞任茂叔削科) 권필(權韠) 宮柳靑靑花亂飛 滿城冠蓋媚春暉朝家共賀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石洲集』 卷之七 해석宮柳靑靑花亂飛궁류청청화난비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관개(冠蓋): 높은 벼슬아치가 타는 수레.】들이 임금님의 은혜【춘휘(春暉): 봄철의 따뜻한 볕을 들어 부모의 은혜에 비유한 것.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에, “어느 뉘라 촌초(寸草)만한 정성으로 봄볕 같은 은혜를 갚는다 하리[誰言寸草心 報得三春暉].” 하였다.】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가공하승평악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광해군의 비(妃) 유씨(柳氏)..
권필權韠의 ‘궁유시宮柳詩’와 시화詩禍 宮柳靑靑花亂飛 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 滿城冠蓋媚春暉 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들이 임금님의 은혜라 아첨하는 구나. 朝家共賀升平樂 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 誰遣危言出布衣 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 『石洲集』 이미 이 시에 대한 내용은 이안눌이 쓴 「용산의 달밤에 기녀가 故 인성 정철의 사미인곡을 부르는 걸 듣고 바로 읊어 조지세 형제에게 준 시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의 감상 부분에서 짧게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선 잠시 언급만 했기에, 이번엔 시가 재앙이 된다는 ‘詩禍’를 중심으로 다뤄보기로 하자. 거침없는 기상과 우락부락한 풍채를 지닌 권필 우선 권필이 어떤 사람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