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천왕봉 (6)
건빵이랑 놀자
9.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지친다 어제 밤 11시쯤에 잠이 들었나 보다. 저녁 7시까지 페달을 밟아 하루 만에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달리고보니 몸은 완전히 파김치가 됐다. 낯선 공간이라 선잠을 잘 법도 한 데도, 몸을 누이자마자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꿀잠을 잘 수 있었다. ▲ 싱글 베드 두개가 놓인 방이라, 아무래도 좀 저렴했던 거 같다. 저녁으론 통닭을 먹으며 알쓸신잡을 봤다. 비를 맞는 여행의 묘미? 오늘 서울은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진다고 하던데 이곳 제주는 어제와 똑같이 영상 4도로 포근하기만 하다. 막상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맘먹었을 때만 해도 ‘겨울이라 하이킹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 따위는 ‘넣어둬~ 넣어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기만 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단..
18. 천왕봉이 알려준 지혜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어제 본 천왕봉은 가을의 운치를 한껏 품은 곳이었다. 가을산에 오르는 이유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서히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겨울을 준비하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인간이 갖지 못한 ‘버려야 할 때, 놓을 줄 아는 마음’을 그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오랜만에 본 천왕봉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사방이 확 트여 수묵화에서나 볼 법한 능선을 그대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리산에 한 번 와서 세 번 천왕봉에 오르다 그에 반해 오늘 새벽에 본 천왕봉은 쓸쓸하면서도 고지대 산악들이 지닌 풍미를 담은 곳이었다. 높다는 건 쓸쓸한 것이다. ..
17. 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1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8시까지 퇴실하라고 했지만, 우린 새벽 산행을 마치고 8시가 약간 넘어서 도착했다. 그래도 1호실은 개방되는 곳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 축하하는 의미로 나는 사이다를 민석이는 초코파이를 사서 약소한 파티를 했다. 5일차 일정을 시작하다 대피소에 도착해선 민석이가 함께 올라간 사람들을 위해 사이다를 사줬다. 무려 1.500원이나 하지만 아낌없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베푼 것이다. 그때 먹은 사이다는 지금껏 먹은 어떤 음료보다도 맛있었고 새벽 산행을 더 의미 깊게 만들어줬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먹기로 했다. 이제 세 번째 천왕봉 등산을 하려 한다. ‘..
16. 새벽 천왕봉 등반기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2층 다락방에서 자니, 시끄럽거나 부스럭거리지 않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맘 놓고 푹 잘 수는 없었다. 새벽산행을 해야 하는데, ‘과연 눈이 얼마나 왔을지? 그럼에도 올라가도 되는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6시 50분 정도에 일출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우린 4시 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건호와 승빈이는 일어났는데, 민석이는 어제와는 달리 가기 싫다고 하더라. 모두 다 챙기고 밖에 나온 시각은 5시 10분이었다. 눈은 그쳤지만, 꽤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건호는 아이젠이 없었고 승빈이는 장갑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물품을 챙겨올 수 있도록 들여보냈다. 몇 분 후에 건호가 나오..
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에 오르는 길 중에, 추억 속에 있던 평탄한 길은 온데간데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길만 있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던 길은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난이도 높은 등산로가 천왕봉을 더욱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민이는 바위를 타고 오를 자신이 없어 오르지 못했고, 주원이는 무릎 통증 때문에 오르지 못했다. ▲ 쉬고 싶을 텐데도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종주 중 처음으로 천왕봉에 오르다 천왕봉은 정상만 삐죽 솟아 있는 느낌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다 보면 넓이가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 ‘지리산 천왕봉 19..
13. 지리산 종주 중 가장 여유롭던 하루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초기에 계획을 짤 땐, 세석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거였다. 원래대로 했다면, 오늘은 청학동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일정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산불예방 때문에 세석대피소가 예약을 받지 않아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래서 세석 바로 옆에 있는 장터목 대피소에 예약하게 된 것이다. ▲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다시 상의하는 아이들. 삼신봉에 갔다 올까? 천왕봉에 미리 오를까? 세석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3.4㎞ 밖에 되지 않으며 2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건 곧 오전 중에 오늘 여행이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날은 날씨가 변수였다. 지리산에 오기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