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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카자흐스탄 여행기 목차 여는 글 카자흐스탄 여행과 공감능력 1주차(알마티 한국어교육원) 13.06.14(금) 경계를 넘어서다비행기를 타고 알마티로알마티의 한국어 교육원 13.06.15(토) 정신승리란?도로 인프라와 서구중심주의긴장의 미학 13.06.16(일) 카자흐스탄의 택시고려인, 존경받는 민족이 되다카자흐스탄의 음식 13.06.17(월) 6월에 함박눈을 맞다알마티의 콕토베맛있는 걸 왜 먹질 못하니 13.06.18(화) 수수하게 밋밋하게전통과의 연결점인 유르타알마티 시내 돌아보기 13.06.19(수) - 아스타나로의 기차여행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21시간을 달리는 기차 13.06.20(목) - 아스타나 둘러보기 새 수도에 그린 꿈바이테렉과 카자흐스탄의 꿈자본의 중심지로 우뚝 서다..
51. 삶의 여정을 쏙 빼닮은 카자흐스탄 여행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절로 누그러지더라. 그래서 두 가지만 부탁했다. 첫째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다보면 일정이 바뀌는 건 다반사니, 바뀔 때는 당연히 먼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둘째는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될 학생은 카작어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좀 더 바란다면 한국어를 하거나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 탈디쿠르간의 석양녘 관람차. 관건은 ‘다시 만나고 싶으냐?’ 하는 것 그랬더니 디아나 선생님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한국에 갔던 학생 외에 홈스테이를 구하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복有福한 아이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에 관심이 있는 경우엔 돈이 없어서 홈스테이를 신청..
49. 나는 얼마큼 적으냐 수영장에선 왜 꼭 상의를 탈의해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의문이다. 작년 망원수영장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상의를 입고 놀고 있으면 안내요원이 와서 상의를 벗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맨몸을 드러내고 싶지 않으니, 눈을 피해가며 상의를 입은 채 놀 수밖에. ▲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동안 나도 셀카질^^ 우리의 분노는 약한 고리를 향한다 그런데 그 때 안전요원은 아니고, 의사 까운 비슷한 옷을 입은 중년의 러시아 여성분이 오시더니 한 학생에게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였다. 아마도 ‘상의를 입은 채 놀면 안 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정중하게 대답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그 학생은 눈을 붉히며 아니꼽다는 투로 받아쳤다. 어차피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48. 놀다 보면 누구나 다 친구가 된다 모든 학생이 모였기에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향이는 주사를 맞고 와서 물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공짜티켓으로 입장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들어갈 거냐고 물었는데 처음엔 들어갈 것처럼 표를 받더니, 조금 지나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굴심쌤과 씨티플러스에 가서 구경도 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 국적 불문, 우린 친구 아이가~ 여긴 특이하게 ‘상의를 탈의하지 않으면 수영장에서 놀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은 상의를 탈의하길 싫어한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상의를 탈의하지 않은 채 놀다가 안전요원에게 여러 번 주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원이와 혜린이는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원이는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았으며, ..
47. 탈디쿠르간 마지막 일정, 우린 사람이기에 좌충우돌한다 탈디쿠르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일정은 아쿠아 파크에 가서 수영만 하면 된다.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디아나 선생님에게 상의도 없이 일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발렌티나와 알마트가 떠났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더욱이 오늘만 해도 디아나 선생님과 아이노르 선생님과 10시에 만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10시가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다가, 기어코 약속이 취소되었으며 1시에 아쿠아파크 입구로 오면 된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공동의 합의나 이해가 아닌, 자기 멋대로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꼭 이 문제를 얘기하여 다음에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43. 카자흐스탄의 사막 찾아가는 길 오늘은 새벽부터 바빴다. 원랜 1박 2일로 예정되었던 여행이 당일치기로 바뀌면서 시간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5시 45분에 모이기로 했다. 나는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밥 대용으로 군대에서 먹었던 뽀글이 라면을 먹었다. 연중이가 진라면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라면으로 뽀글이를 해먹고 있으니, 꼭 한국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른 아침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처럼 달콤했다. 카자흐스탄에 올 때만해도 세 번의 캠프(알마티에서 1번, 탈디쿠르간에서 2번)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캠프를 대비할 겸, 모기약을 많이 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계획이 변경되어 한 번도 하지 않게 되..
37. 주위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이 있다 어느덧 카자흐스탄 일정이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 올 때만해도 ‘3주란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이곳에서 하루 이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중반이 지나고 있다. 무언가 나날이 할 게 있기 때문에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 이 날 저녁은 대관람차가 보이는 운치 좋은 곳에서 양꼬치를 먹었다. 정말 맛있더라. 외국어의 필요성 해외에 나간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외국어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느낀단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한국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니 문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카작인들은 러시아어와 카작어를 함께 쓰며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어떤 말이 카작어인지, 어떤 말이 러시아어인..
33. 대통령 학교엔 한국어 교실이 있다 대통령학교 시설 학교 시설은 한국의 최근에 지어진 학교시설처럼 좋았다. 각 교실에 컴퓨터가 설치되어 e-learning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과학ㆍ수학 영재학교답게 과학실엔 다양한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었으며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한 체육시설과 두 군데의 수영장이 완비되어 있었다. 그뿐인가? 이 학교의 양호실은 병원을 방불케 했다. 한국의 양호실이 치료가 목적이 아닌 응급처치를 하거나 쉴 수 있는 곳이라 한다면, 이 곳 양호실은 치료도 하고 예방도 하는 그런 곳이라 할 수 있다. 각 과별로 나누어져 있어 세부적인 진료가 가능했으며, 치과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장비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대통령 학교 학생들은 적어도 아픈 것에 대..
32. 나자르바예프 대통령학교를 방문하다 저번 여행기에서도 밝혔다시피 책 속에만 갇혀선 안 되면 다채로운 삶 속에 몸을 맡긴 채 삶의 현장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 대통령 영재학교의 로고다. 여기서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여행이란 경험의 장 속에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잡색의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기회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공동의 경험을 함으로 아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책을 통해 여태껏 쌓은 앎의 단서들을 현실 세계에서 풀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경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백색의 앎’이 ‘잡색의 삶’과 공명하며 책이 곧 나이며, 내가 곧 책書自我 我自書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다..
30. 왜 하는지 모르는 일을 묵묵히 하는 아이들 날은 뜨거운 편인데, 습도가 높지 않아 땀은 나지 않더라. 조금 오르니, 탈디쿠르간의 전경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만년설도 있다. ▲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숙하게. 중턱의 제방과 정상에서의 전설 그 근처에 제방이 눈에 띄었다. ‘왜 산 중턱에 이런 제방을 설치했을까?’ 의아스러웠는데, 예전에 산에 있는 호수가 범람하여 이 일대가 물에 잠긴 적이 있다는 얘길 해주시더라. 그래서 그 때 이런 제방을 만든 거란다. ▲ 산 중턱에 설치된 제방. 정상에 오르니 알마라산 부럽지 않은 광경이 펼쳐지더라. 여긴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좋다. 그루터기에 앉아 교수님이 전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알고 있는 ‘콩쥐팥쥐류의 설화담’..
29. 문명은 기왓조각과 똥부스러기에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학교의 첫 일정이 진행되는 날이다. 오늘은 테킬리tekeli라는 곳에 가기로 되어 있다. 원랜 1박 2일의 야영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일정이 바뀌어 어제는 홈스테이에서 적응할 겸 푹 쉬고, 오늘 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이야기꽃이 만발했더라. 누군 인터넷을 맘껏 쓸 수 있게 해줬다면서 오랜만에 컴퓨터를 하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누군 말이 하나도 안 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사촌 누나가 와서 영어로라도 대화가 되어 다행이라고 이야기하고, 누군 저녁 식사를 성대히 차려줘서 엄청 호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오니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이향이는 어제 발렌티나 집에서 개에 물렸다고..
26. 알마티에서 탈디쿠르간으로 알마티에서 1주일동안 있었다. 낯설던 곳이 익숙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알마티의 알 수 없는 언어들과 멀찍이 보이는 만년설이 늘 보아오고 들어오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일주일이란 시간은 짧지만 강렬했다. 하지만 이젠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는 또 다른 인연이 있고 다른 환경이 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기대와 걱정을 하며 아침에 눈을 떴다. 알마티에서 탈디쿠르간까지는 무려 266㎞라 된다.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거리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니 4~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대장정이 될 것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야 하기에 6시에 일어나 부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