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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조정에 한시로 아부하는 방식 관료로서 조정을 찬양하는 방식의 시는 여러 편을 봤었다. 권상 34번에 나오는 곽예는 시에서는 하릴없이 공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칫 잘못하면 ‘나태한 관리의 전형’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한가로이 근무하며 천상의 음악을 듣는다는 표현을 통해 이 시대가 태평성대의 시대이며 조정의 정치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동양 사회에 이런 식의 태평성대에 대한 찬양이 생긴 것은 태평성세의 전범으로 삼는 요순시대의 「격양가(擊壤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日出而作 日入而息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쉰다네. 鑿井而飮 耕田而食 우물을 파마시며 밭 갈아 먹으니, 帝力何有於我哉 임금의 정치가 어찌 나에게 영향을 미치겠는가 이 시는 얼핏 보면 무정부상태를 칭송하..
태평의 기상을 한시로 담다 『소화시평』 권상51번에서도 그렇듯이 시를 보고 나선 ‘작자는 이런 시를 왜 지었을까?’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시를 오롯이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春隨細雨渡天津 봄은 가랑비 따라 천진교를 건너서 오고, 太液池邊柳色新 태액지 가의 버들빛 싱그럽다. 滿帽宮花霑錫宴 사모에 궁화를 가득 꽂고 내려주신 잔치에 참가했더니, 金吾不問醉歸人 호위도 취해서 돌아가는 사람을 검문하지 않네. 「봉천문(奉天門)」에서라는 시는 얼핏 보면 그저 궁궐의 풍경을 읊고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관리들과 임금에 대한 이야기인 것만 같다. 더욱이 4구에 이르고 보면 자기 업무도 소홀히 하는 게 느껴지니 더욱 그런 생각을 강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를 노출시키고 게으르며, 때론 자기의 일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