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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 글자를 바꾸니 생긴 일 『소화시평』 권상 78번에서 한 글자를 바꿨을 뿐인데 내용의 깊이가 달라지는 걸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겨우 한 글자에 무에 그리 심상이 달라지겠냐고 영화 ‘신세계’에서의 이정재 말투처럼 “거 번, 광한형 이거 한 글자 가지고 너무 장난이 심한 거 아뇨?”라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엔 단순히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바뀐 글자를 놓고 시를 보니, 거기다가 교수님의 설명까지 들으니 한 글자로 시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시의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한 글자가 바뀜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같다. 노골적으로 보여주려 하기보다 살짝 가려서 보일 듯 말 듯, 줄 듯 말 듯,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기법을 구사한 것이다..
78. 한 글자에 시가 달라진다 古人詩不厭改, 唐任飜「題台州寺」云: ‘前峯月照一江水, 僧在翠微開竹房.’ 旣去, 有人改一字爲半字. 飜行數十里, 乃得半字, 亟回欲易之, 見所改字, 歎曰: “台州有人.” 我東申企齋光漢, 宿淸溪寺, 題詩云: ‘急水喧溪石, 輕香濕澗花.’ 行至半途, 忽得暗字, 復還, 改急爲暗. 盖一不如半字之奇, 急不如暗字之妙, 可見古人於詩不容易下字. 해석 古人詩不厭改. 옛사람은 시에서 고치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唐任飜「題台州寺」云: ‘前峯月照一江水, 僧在翠微開竹房.’ 당나라 임번이 지은 「태주사에서 짓다[題台州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前峯月照一江水 앞 봉우리에 뜬 달이 온 강물을 비추니 僧在翠微開竹房 스님은 산허리에 죽방을 열었네. 旣去, 有人改一字爲半字. 임번이 이미 떠나자 어떤 사람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