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12옥사 (3)
건빵이랑 놀자
5.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난 리영희 선생님 12옥사를 천천히 둘러봤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들이 많았기에 하나하나 곱씹듯이 둘러본 것이다. 상위 10%를 위한 나라 그러던 중 한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나의 두 눈을 붙잡아 두었다. 바로 리영희 선생님의 인터뷰 글이었는데, 그건 어쩌면 지금과 같은 ‘삼포시대’,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리영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네가 실업자인 건 자유의 대가니까 혜택이야. 넌 야생마 같은 아이잖니? 스스로 항상 잉여인간이고 청년백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야생마가 되니 어쩐지 신이 난다.똑같이 청년 실업에 잉여인간이라는 기분으로 괴로워할 젊은이들에게 뭔가 충고해주실 말씀이 없냐고 여쭙자 계속 사양하시다가 괴테 이야기를 꺼내셨다.- 괴테도 말이야. ..
4. 서대문 형무소와 남영동 1985 차가운 건물을 안내도에 따라 걷는다. 형무소는 역사가 박제된 공간이다. 분명 그곳에서 여러 감상을 느끼는 게 정상일 테지만, 박물관 자체가 그렇듯 그냥 휙 보고서 지나치니 어떠한 감상도 어리지 않는다. ▲ 차가운 건물, 그리고 박제된 역사. 그 안에 사람의 온기를 넣지 않으면 그건 그냥 '나와 상관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서대문 형무소보단 『남영동 1985』 지하에 재현된 고문하는 광경이나 고문 도구들은 ‘아플 것 같다’는 피상적인 느낌만 주었을 뿐,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그만큼 지금 사람들이 영상이 주는 시각(청각)적인 충격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누군 그러더라 영상으로 본 베이징 자금성의 위용은 어마어마한데, 막상 현장에서 ..
1. 들어가는 말: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만드는 방법 서대문 형무소는 꼭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건 애국심 때문에도, 순국선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역사가 어떤 현재적인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그걸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 단재학교 학생들이 카자흐스탄에 가게 되면서 학생 한 명과 오게 됐다. 볼거리는 많지만, 억지 비감을 강요하다 이미 재작년에 서대문 형무소에 방문했으니, 이번에 방문한 것까지 하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난번엔 그다지 감흥은 없었는데 이번엔 훨씬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설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하나하나 곱씹듯이 보게 되니 그와 같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관람방향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