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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 1. 들어가는 말: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만드는 방법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서대문 형무소 - 1. 들어가는 말: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만드는 방법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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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만드는 방법

 

 

서대문 형무소는 꼭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건 애국심 때문에도, 순국선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역사가 어떤 현재적인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그걸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  단재학교 학생들이 카자흐스탄에 가게 되면서 학생 한 명과 오게 됐다. 

 

 

 

볼거리는 많지만, 억지 비감을 강요하다

 

이미 재작년에 서대문 형무소에 방문했으니, 이번에 방문한 것까지 하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난번엔 그다지 감흥은 없었는데 이번엔 훨씬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설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하나하나 곱씹듯이 보게 되니 그와 같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관람방향을 따라 가면서 전체를 빠짐없이 관람하니 볼거리와 함께 생각할 거리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새로 알 수 있었다. 넓은 공간을 둘러봐야 할 때 관람방향을 지정해주지 않으면 중간 중간 빼먹고 관람하게 되며, 제풀에 지쳐 조금 보다가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대문 형무소의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

 

 

처음에 왔을 땐 건물에서 느껴지는 비감(悲感)보다, 감방에서 인위적으로 흘러나오는 대한독립만세라는 스피커 소리가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정성스레 만든 요리에 라면 스프를 양념으로 뿌린 것 같다고나 할까. 이미 이 건물 자체만으로도 생생한 역사의 장인데 저렇게 인위적인 소리를 덧보태어 오히려 의미나 감상을 방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도 여전히 그곳을 지나갈 땐 쓴웃음이 절로 났다.

 

 

서대문 형무소에 들어간다. 들어갈 때만 해도 '이미 와 봤는데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기우였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 안에 어떻게 따뜻한 인간미를 채워 넣을 것인가

 

 

하지만 그곳을 지나쳐 12옥사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 뭉클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건 어찌 보면 그립던 사람을 차가운 건물 안에서 만났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순간 알게 된 건, 아픔이 스민 공간을 남겨 놓는 것도 미래세대를 위해서 중요한 거지만, 그 차가운 공간에 어떻게 따스한 인간미를 채워 넣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이에 대해서는 이 글의 45에서 심도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이런 생각은 2011년에 사람여행을 하며 느꼈던 것이다. 길 위에 사람이 있다. 하지만 길만 있으면 풍경(風景)에 불과하고, 사람만 있으면 인물화(人物畵)에 불과하다. 길 위에 사람이 있고, 그 길을 걷다가 사람과 마주칠 때 길은 사람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깊은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여행 도중 사람과 마주쳤던 장소들은 포근한 이미지로 기억에 남았던 반면, 사람과 마주치지 못한 장소는 아스팔트의 차가운 이미지만 남은 것이다.

 

이처럼 서대문 형무소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왔을 땐 이곳에서 사람을 발견하지 못해, 사람의 이야기를 듣질 못해 나와는 상관없는 과거의 장소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보며 옥고를 치렀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니 나와 관련 있는 오래된 미래의 장소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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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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