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자 이야기
추수자전(秋水子傳)
이건창(李建昌)
옥에서 죽은 추수자를 안타까워 하다
昔盧柟, 忤縣令, 繫獄論死, 謝榛謂王世貞ㆍ李攀龍曰: “諸君生有一盧柟, 不能救, 乃從千載下哀湘吊沅乎.”
嗟乎! 人之情, 恒貴古而賤今, 慕遠而忽近, 此士所以長困也. 死而莫之救也, 名湮沒而不稱也. 盧柟幸矣, 卒不死獄, 若秋水子, 豈不重可悲哉.
강직함이 배어있는 추수자의 시
‘蘭以蕙族, 所貴同德. 不有良朋, 何攄我臆.
廣矣四海, 杳不可卽. 馬非不良, 車非不亟.
盈盈一鴨, 其外誰域. 若有相思, 不知不識.
廣桑之下, 跼我門閾. 東日滄滄, 其何不昃.
高堂暮雪, 不復以黑. 彼邁邁者, 何時而息.
我心如月, 實勞悲惻. 腰間秋水, 照人悃愊.
維山有石, 截之則泐. 維海有鯨, 揮之則殛.
所以往哲, 不輕其直. 十年于袖, 徘徊路側.
其人如玉, 招我上國. 中堂酒闌, 崢嶸歲色.
更皷初落, 千金一刻. 長虹燭地, 示我墑埴.
我袖維張, 我弁維仄. 疎林摵摵, 飛鳥斂翼.
有觸于中, 其來職職. 有遌當守, 有別當憶.
皓首爲期, 此樂何極.’
盖秋水子之詩, 所以自道者然也.
모함에 의해 죽으면서도 한 가지도 발설하지 않다
秋水子少有穎悟, 旣而病. 病十年, 棄書學術數麻衣風角多中. 病已, 復治功令, 前後中大小試, 解十數卒不中, 最後不赴擧. 歸鄕絶人事, 古今窮老不遇之士, 如此何限.
謗者顧反以此羅織之, 世之險巇迫隘, 不可以居也久矣. 然猶不謂其至於是也. 方有司執秋水子而詰之, 事秘不聞. 然五毒備矣, 終不撓一辭, 無可以爲案. 居數日幽殺之, 竟不知何說也.
추수자와의 추억
秋水子性骯髒, 意不可人, 面赤黑直視. 雖顯者, 不爲屈, 平生相好不多人; 雖相好, 意不可, 終自如也.
甞與余言, “子名士耳, 非能爲國家任大事者.” 余遜謝願聞過, 秋水子曰: “子好文章……” 語中止氣僨, 遽引枕臥.
余最號相好者, 然終不敢自謂, 秋水子以余爲知己也. 秋水子甞喟然歎曰: “吾所與游惟趙大夫, 今死矣. 其次子也, 吾豈有意於世哉.”
趙大夫者, 貴戚之賢而好客者也. 始余識秋水子, 亦於趙大夫云. 槩秋水子所以歸鄕絶人事, 其故不過如此. 特其負氣, 或斥語其鄕人之意不可者, 事遽至不可解.
悲夫! 然秋水子, 實孝友慈善, 重義守正直, 使其霑一命, 遇國家事故, 必能死節, 以邀人主之褒寵. 而相好如余者, 可以與而榮也無疑. 今不幸至此, 余姑爲文, 以錮諸篋而已.
悲夫! 秋水子, 李姓, 根洙名, 琢源字, 嶺南之宜寧人. 『明美堂集』 卷十六
해석
옥에서 죽은 추수자를 안타까워 하다
昔盧柟, 忤縣令,
옛날에 노담【盧枏: 明 나라 사람으로 재주가 높고 특히 시에 뛰어나서 謝榛과도 교의가 깊었는데, 일찍이 縣令에게 거슬러서 獄苦를 치르기도 하였고, 평생 동안 뜻을 펴지 못하고 죽었다. 그의 저서로 『蠛蠓集』이 전한다.】은 현령을 거슬려
繫獄論死, 謝榛謂王世貞ㆍ李攀龍曰:
옥에 갇혔고 죽음을 논하자 사진이 왕세정과 이반룡에게 말했다.
“諸君生有一盧柟, 不能救,
“제군들이 살아서 한 명의 노담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수 없어
乃從千載下哀湘吊沅乎.”
곧 따라 천 년 후에 상수에서 슬퍼하고 원수에서 조문해서야 하겠는가.”
嗟乎! 人之情, 恒貴古而賤今,
아! 사람의 정은 항상 옛것을 귀히 여기고 지금을 천히 여기며
慕遠而忽近, 此士所以長困也.
먼 것을 사모하고 가까운 것을 소홀히 하니 이것이 선비가 길도록 곤궁한 까닭이다.
死而莫之救也, 名湮沒而不稱也.
죽으면 구제하지 못하고 이름이 사라지면 일컬어지지 않는다.
盧柟幸矣, 卒不死獄,
노담은 다행히도 끝내 옥에서 죽지 않았지만
若秋水子, 豈不重可悲哉.
추수자의 경우엔 어찌 거듭 슬퍼할 만하지 않은가.
강직함이 배어있는 추수자의 시
‘蘭以蕙族, 所貴同德. 不有良朋, 何攄我臆.
廣矣四海, 杳不可卽. 馬非不良, 車非不亟.
盈盈一鴨, 其外誰域. 若有相思, 不知不識.
廣桑之下, 跼我門閾. 東日滄滄, 其何不昃.
高堂暮雪, 不復以黑. 彼邁邁者, 何時而息.
我心如月, 實勞悲惻. 腰間秋水, 照人悃愊.
維山有石, 截之則泐. 維海有鯨, 揮之則殛.
所以往哲, 不輕其直. 十年于袖, 徘徊路側.
其人如玉, 招我上國. 中堂酒闌, 崢嶸歲色.
更皷初落, 千金一刻. 長虹燭地, 示我墑埴.
我袖維張, 我弁維仄. 疎林摵摵, 飛鳥斂翼.
有觸于中, 其來職職. 有遌當守, 有別當憶.
皓首爲期, 此樂何極.’
蘭以蕙族 所貴同德 | 난초와 혜초는 종족으로 귀한 건 덕을 함께 해서다. |
不有良朋 何攄我臆 | 어진 벗 있지 않으면 어떻게 나의 생각 펴겠는가. |
廣矣四海 杳不可卽 | 넓은 사해라 아득하여 나아갈 수 없고 |
馬非不良 車非不亟 | 말이 좋지 않음이 없고 수레 빠르지 않음이 없네. |
盈盈一鴨 其外誰域 | 찰랑찰랑한 압록강의 바깥은 누구의 땅인가? |
若有相思 不知不識 | 서로 생각이 있는 듯하지만 알지를 못하네. |
廣桑之下 跼我門閾 | 광상산【廣桑: 동해에 있다는 仙山으로, 공자가 廣桑眞君이 되어 이 산을 다스린다고 한다. 『太平廣記』 卷19】 아래 우리나라가 구부려 있네. |
東日滄滄 其何不昃 | 동해가 넘실넘실하나 어찌 기울지 않으랴. |
高堂暮雪 不復以黑 | 고당【高堂: 남의 부모를 높여 이르는 말】의 늘그막 쇤 머리는 다시금 검어지진 않는다네. |
彼邁邁者 何時而息 | 저 빠른 세월은 어느 때나 쉬려나. |
我心如月 實勞悲惻 | 나의 마음은 달 같아 실로 수고롭고 슬프고 측은하네. |
腰間秋水 照人悃愊 | 허리의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은 사람의 진실을 비춰주네. |
維山有石 截之則泐 | 산에 바위 있으니 쪼개면 갈라지고 |
維海有鯨 揮之則殛 | 바다에 고래 있으니 휘두르면 죽네. |
所以往哲 不輕其直 | 이 때문에 지나간 철인들은 정직을 가벼이 하지 않아 |
十年于袖 徘徊路側 | 십년 동안 소매에 넣고 길 곁에서 배회했네. |
其人如玉 招我上國 | 그 사람 옥 같아 나를 상국에 부르네. |
中堂酒闌 崢嶸歲色 | 중당에서 만취하니 세월이 오래된 색이로다. |
更皷初落 千金一刻 | 경고가 처음 울려 일각이 천금이네. |
長虹燭地 示我墑埴 | 긴 무지개가 땅을 비춰 나의 땅을 비추네. |
我袖維張 我弁維仄 | 나의 소매 오직 기나 나의 갓은 오직 찌그러들었네. |
疎林摵摵 飛鳥斂翼 | 성긴 숲의 낙엽지고 나는 새는 날개 걷네. |
有觸于中 其來職職 | 마음에 닿는 게 있어 꿈틀꿈틀 오네. |
有遌當守 有別當憶 | 만남이 있으면 마땅히 지켜야 하고 이별이 있으면 마땅히 기억해야 하니, |
皓首爲期 此樂何極 | 흰 머리로 기약 삼으니, 이 즐거움이 어찌 다하랴. |
盖秋水子之詩, 所以自道者然也.
대체로 추수자의 시는 스스로 말한 까닭이 그러하다.
모함에 의해 죽으면서도 한 가지도 발설하지 않다
秋水子少有穎悟, 旣而病.
추수자는 젊어 영특했지만 이윽고 병들었다.
病十年, 棄書學術數麻衣風角多中.
병 든지 10년에 책을 버리고 술수와 麻衣相法과 점법【風角: 氣候를 점치는 점법의 명칭으로서, 사방의 바람을 관측하여 길흉을 점침.】을 배웠지만 적중함이 많았다.
病已, 復治功令, 前後中大小試,
병이 낫자 다시 공령을 전념해서 전후의 대소 시험에 합격한 것이
解十數卒不中, 最後不赴擧.
10여 번 풀었지만 마침내 급제하지 못했고 최후엔 과거를 보지 않았다.
歸鄕絶人事, 古今窮老不遇之士,
고향으로 돌아가 인사를 끊으니 고금의 궁한 노인과 불우한 선비가
如此何限.
이와 같이 어찌 한계가 있었는가.
謗者顧反以此羅織之, 世之險巇迫隘,
훼방하는 사람이 도리어 이것으로 그물질하고 얽어 세상이 험준하고 급박하고 힘들어
不可以居也久矣.
살 수 없은 지 오래였다.
然猶不謂其至於是也.
그러나 오히려 여기에 이르렀다고 하진 못한다.
方有司執秋水子而詰之, 事秘不聞.
곧 유사가 추수자를 잡고 힐문하나 일이 비밀스러워 알리지 않았다.
然五毒備矣, 終不撓一辭, 無可以爲案.
그러나 오독【五毒: 참혹한 형벌을 가하는 다섯 가지의 刑具. 즉 桁楊ㆍ荷校ㆍ桎梏ㆍ鋃鐺ㆍ栲掠을 말함.】이 갖춰졌어도 끝내 한 말에도 굽히지 않아 문안으로 만들 수 없었다.
居數日幽殺之, 竟不知何說也.
머문 지 수일에 가두어 죽였기에 마침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추수자와의 추억
秋水子性骯髒, 意不可人, 面赤黑直視.
추수자의 성격은 강직해 마침내 남을 옳게 여기지 않았고 낯은 붉고도 검어 곧장 보았다.
雖顯者, 不爲屈, 平生相好不多人;
비록 현달한 사람이라도 굽히려 하지 않았기에 평생에 서로 좋아한 사람이 많지 않았고
雖相好, 意不可, 終自如也.
비록 서로 좋아하더라도 뜻으론 옳다 하지 않으면 마침내 자여했다.
甞與余言, “子名士耳, 非能爲國家任大事者.”
일찍이 나와 말했었다. “자네는 이름난 선비일 뿐이니 국가의 대사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네.”
余遜謝願聞過, 秋水子曰: “子好文章……”
나는 공손히 허물을 듣길 원하니 추수자는 “자네는 문장을 좋아하고……”
語中止氣僨, 遽引枕臥.
말이 중간이 그치고 기운이 갑자기 낮아지다가 갑작스레 베개를 끌고 누웠다.
余最號相好者, 然終不敢自謂,
나는 가장 좋아한 사람이라 부르지만 끝내 감히 스스로
秋水子以余爲知己也.
‘추수자가 나를 지기로 여겼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秋水子甞喟然歎曰: “吾所與游惟趙大夫, 今死矣.
추수자는 일찍이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함께 논 이는 오직 조대부인데 지금은 죽었네.
其次子也, 吾豈有意於世哉.”
그 다음은 자네이니 내가 어찌 세상에 뜻을 두겠는가.”
趙大夫者, 貴戚之賢而好客者也.
조대부는 귀척의 어진 이로 손님을 좋아한 사람이다.
始余識秋水子, 亦於趙大夫云.
처음에 내가 추수자를 알게 된 건 또한 조대부에 의해서였네.
槩秋水子所以歸鄕絶人事, 其故不過如此.
대체로 추수자가 고향으로 돌아와 인사를 끊은 까닭은 이와 같음에 불과하다.
特其負氣, 或斥語其鄕人之意不可者,
다만 기를 자부하고 간혹 고향 사람의 뜻에 옳지 못한 사람을 배척하는 말을 하여
事遽至不可解.
일이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悲夫! 然秋水子,
슬프다. 그러나 추수자는
實孝友慈善, 重義守正直,
실제론 효도하고 우애하고 자애하고 착하며 의를 중히 여기고 정직을 지켰으니,
使其霑一命, 遇國家事故,
만약 벼슬자리를 주어 국가의 사고를 만났다면
必能死節, 以邀人主之褒寵.
반드시 죽음의 절개를 행할 수 있어 주인의 기림과 총애를 얻었으리라.
而相好如余者, 可以與而榮也無疑.
그러니 서로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의 경우 함께 하여 영광스러웠을 것임엔 의심할 게 없다.
今不幸至此, 余姑爲文, 以錮諸篋而已.
이제 불행히 이런 상황에 이르렀으니 나는 짐짓 글을 지어 상자에 넣어둘 뿐이다.
悲夫! 秋水子, 李姓, 根洙名,
슬프다! 추수자는 성이 이씨이고 이름은 근수이며,
琢源字, 嶺南之宜寧人. 『明美堂集』 卷十六
자는 탁원이니 영남 의령 사람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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