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초연하게 은퇴한 후의 삶을 산 청음선생과 그의 친구 이씨
淸陰先生退居楊州石室村, 有李姓人居在不遠, 時時往來, 乃先生友也. 嘗贈先生詩曰: “一生長是任淸貧, 吏部官衘處士身. 惟有故人頭似雪, 碧梧桐下往來頻.” 先生居室庭植梧桐故云.
又嘗入京, 値朝士呵辟隱避, 戱作一詩曰: “五雲宮闕耀朝暉, 淸道威聲怯布衣. 隙地藏身潛送目, 達官車馬去如飛.”
三淵並亟稱之. 但其名不傳, 他作亦皆泯沒, 可歎.
해석
淸陰先生退居楊州石室村, 有李姓人居在不遠, 時時往來, 乃先生友也.
청음선생【淸陰: 金尙憲(1570~1652) 조선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安東 자는 叔度 호는 淸陰, 石室山人(중년 이후 楊州 石室에 退歸해 있으면서 사용한 호), 西磵老人(만년에 安東에서 은거하면서 사용) 서울출생이다 김상헌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며 그 상징의 핵심은 崇明排淸이다. 김창협과 김창흡은 그의 증손자다.】이 관직에서 은퇴하고 양주(楊州)의 석실촌(石室村)에 머물 적에 이씨 성을 지닌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살아 이따금 왕래하였으니 곧 선생의 벗이 되었다.
嘗贈先生詩曰: “一生長是任淸貧, 吏部官衘處士身. 惟有故人頭似雪, 碧梧桐下往來頻.” 先生居室庭植梧桐故云.
일찍이 선생에게 준 시는 다음과 같으니 선생은 거처하던 집의 마당에 오동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一生長是任淸貧 | 일생 길이 청빈함에 맡기니 |
吏部官衘處士身 | 이조판서【吏部: 이부는 吏曹의 별칭으로 김상헌이 1623년 인조반정 이후 이조 참의에 발탁되고 이후 이조판서를 역임한 것을 일컫는다.】란 관함에도 선비의 신세에 처했네. |
惟有故人頭似雪 | 오직 친구의 머리가 눈 같은 이 있어 |
碧梧桐下往來頻 | 벽오동 아래에서 빈번하게 왕래한다네. |
又嘗入京, 値朝士呵辟隱避, 戱作一詩曰: “五雲宮闕耀朝暉, 淸道威聲怯布衣. 隙地藏身潛送目, 達官車馬去如飛.”
이씨 성의 사람이 또한 일찍이 조정의 관리가 벽제【呵辟: 물러나라고 소리를 지름】하는 상황을 만나 숨어 피하고서 장난스레 한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五雲宮闕耀朝暉 | 오색구름 낀 궁궐에 아침 해가 비치는데 |
淸道威聲怯布衣 | “물렀거라”【淸道: 왕의 거동 때 어로의 청소를 관리함】라는 위협적인 소리가 포의를 겁준다네. |
隙地藏身潛送目 | 틈바구니 땅에 몸을 숨기고서 몰래 눈길 보내니 |
達官車馬去如飛 | 통달한 관리의 수레와 말 나는 듯 지나가네. |
三淵並亟稱之.
삼연은 아울러 자주 두 시를 칭찬했다.
但其名不傳, 他作亦皆泯沒, 可歎.
다만 이름이 전하지 않고, 다른 작품 또한 사라졌으니 한탄할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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