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술령에 남편을 그리다 바위가 된 박제상의 아내
치술령(鵄述嶺)
김종직(金宗直)
朴堤上自高句麗還, 不見妻子, 而徑向倭國. 其妻追至栗浦, 見其夫已在船上, 呼之大哭, 堤上但搖手而去.
堤上死後, 其妻不勝其慕, 率三娘子, 上鵄述嶺, 望倭國慟哭而死, 因爲鵄述嶺神母焉.
鵄述嶺頭望日本 粘天鯨海無涯岸
良人去時但搖手 生歟死歟音耗斷
長別離死生寧有相見時
呼天便化武昌石 烈氣千載干空碧
해석
朴堤上自高句麗還, 不見妻子, 而徑向倭國.
박제상이 고구려로부터 귀환하고 처자도 보지 않고 그 길로 왜나라로 향했다.
其妻追至栗浦, 見其夫已在船上, 呼之大哭, 堤上但搖手而去.
아내가 따라서 율포에 이르니 남편이 이미 배 위에 있는 게 보여 그를 부르며 크게 울어댔지만 제상은 다만 손을 흔들며 떠났다.
堤上死後, 其妻不勝其慕, 率三娘子,
제상 사후에 아내는 사모함을 이기지 못해 세 자식을 데리고
上鵄述嶺, 望倭國慟哭而死, 因爲鵄述嶺神母焉.
치술령에 올라 왜나라를 바라보며 통곡하여 죽었기에 치술령의 신모가 되었다.
鵄述嶺頭望日本 치술령두망일본 |
치술령 정상에서 일본 바라보니 |
粘天鯨海無涯岸 점천경해무애안 |
하늘에 닿은 큰 바다 끝없어라. |
良人去時但搖手 양인거시단요수 |
남편이 떠날 적에 다만 손을 흔들었는데 |
生歟死歟音耗斷 생여사여음모단 |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끊어졌네. |
長別離死生寧有相見時 장별리사생녕유상견시 |
긴 이별에 죽었나 살았나 어찌 서로 보게 되려나? |
呼天便化武昌石 호천편화무창석 |
하늘에 울어대니 곧바로 무창의 돌로 변해 |
烈氣千載干空碧 렬기천재간공벽 |
뜨거운 기운이 천년동안 푸른 하늘을 찔러대네. |
해설
이는 박제상의 아내가 망부석으로 화석하기까지의 경위의 일단을 읊은 서정적 서사시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잃어버린 ‘치술령곡’은, 천고의 한(恨)을 머금고, 비바람 눈서리에 아랑곳없이 동해만 바라보고 섰는, 그 가엾은 모습의 안쓰러움을 노래한, 화석 이후의 서정은 아니었던 것인지?
무창의 북산 마루의 망부석이나, 우리 치술령의 망부석이나, 그 서 있는 향방은 비록 다르다손, 그 정곡(情曲)은 서로 같으니, 화석 이전의 내용인 이 악부시에다 화석 이후를 읊은, 당(唐) 시 인왕건(王建)의 ‘망부석’을 접속시킴으로써, 잃어버린 ‘치술령곡’의 면모의 대강을 떠올리는데 한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여 아울러 옮겨 본다.
望夫處江悠悠 | 임 바라 선 산 아래 강물은 유유한데, |
化爲石不回頭 | 한번 돌 되고는 고개 영영 안 돌리네. |
山頭日日風和雨 | 산마루엔 날마다 비오다 바람 불다 |
行人歸來石應語 | 임 오는 그날에서야 돌도 응당 말을 하리. |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년, 19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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