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인 3색 토크
사회자: 세 명이 친하나요?
김병만(이하 만): 감히 친할 수 없지만 존경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2년 전에 국립생태원에 찾아갔을 때 많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많이 혼났지만 그 인연으로 지금껏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요조의 음성은 쟁반에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이슬처럼 맑고도 청아했다.
사회자: 오늘 동물 인형을 하나씩 가져 왔는데, 왜 그 동물을 선택한 건가요?
최재천(이하 최): 저는 침팬지 인형을 가져왔다. 처음엔 개미박사로 시작해서 언젠가 영장류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지금 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기에 가지고 나왔다.
만: 나무늘보 인형을 가져왔다. 실제 여러 번 봤는데, 늘보를 볼 때마다 ‘제발 너는 사냥감이 되지 말아라’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가지고 나왔다.
김훈(이하 훈): 매 인형을 가져왔다. 매는 먹잇감을 보는 순간 급강하하여 잡아채고 끌고 올라간다. 조준 능력이 대단하고 땅의 한 점을 보고 내리꽂는 정확성이 있다. 매가 잡아먹는 건 약육강식이 아닌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든다.
▲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사회자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간 덕에 맛깔나는 콘서트였다.
사회자: 토크 콘서트를 계획한 이유는 무언가요?
최: 국립생태원이 개원한지 두 돌이 되었다. 그래서 뭔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정부3.0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게 정부기관을 최대한 많이 오픈하고 그로 인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에 많은 분들을 만나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만: 정글팀이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피디와 논쟁이 붙었다. 숲속에 작은 길이 쫘악 나 있기에 잎꾼개미가 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거였다. 그래서 최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잎꾼개미가 낸 것이 맞다고 하더라.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그 개미들은 농사까지 짓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최: 잎을 잘라서 집에 가져와 잘게 부셔서 버섯을 경작하여 먹는 개미들이다. 지구상에서 딱 세 부류만 농사를 짓는데 그들이 바로 잎꾼개미, 흰개미, 인간이다. 잎꾼개미들이 버섯을 농사짓는 이유는 아마도 버섯이 잘 자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버섯을 서양사람들은 ‘신의 선물’로 여긴다. 비 오기 전엔 아무 것도 없다가 비만 내리면 순식간에 쭉쭉 자라나기 때문이다.
만: 잎꾼개미들이 잎을 잘라서 일렬로 나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열심히 잎을 나르는 개미도 있는 반면에 잎 위에 앉아서 노는 개미도 있다는 사실이다. ‘개미와 베짱이’ 얘기처럼 편안히 노는 것처럼 보인다.
최: 어렸을 때 밭일을 했었는데, 그 때 내리막길 같은 게 나오면 리어카에 올라타곤 했었기에 그 개미들도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개미들의 역할이 10년 전에 겨우 밝혀졌다. 잎꾼개미들이 일하는 근처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난다. 연구자들은 지금껏 그 소리와 잎꾼개미의 노동현장을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때 비로소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보통 땐 개미의 외피가 두꺼운 탓에 어찌할 수 없지만, 잎을 나르느라 몸을 구부리다보면 목의 야들야들한 부분이 노출된다. 파리들은 거기에 알을 낳는다. 그러면 구더기가 자라나 결국 개미를 잡아먹고 큰다. 잎에 올라탄 개미들은 파리를 쫓아내는 임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개미사회는 고도화되어 있다.
▲ 개미들도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잎을 쪼개어 나를 때 잎에 탄 개미들도 있다. 인간세계만큼 분업화, 고도화 되어 있다.
최: 김훈을 책을 보다 보면, 한 문장씩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이 튀어나오곤 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엔 ‘다윈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진화론은 지금 진화중이다 『라면을 끓이며』 中’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무슨 뜻인가요?
훈: 나이가 먹다 보니 ‘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구나.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이 어찌 보면 신바람 나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글호가 처음 떠나던 날, 20살 먹은 다윈과 27살 먹은 선장이 출항할 때 인간의 지각이 넓혀지고 인간의 시선을 관념으로부터 현실로 돌려놓는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내 상상 속에선 그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 배엔 최 교수도 함께 타고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상상하며 쓴 것이다. 그건 곧 이 세계는 완성되어 고정된 틀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고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 여긴 것이다.
(김훈 작가의 사변적인 말에 사회자는 멘붕에 빠지며, 김병만과 자신은 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이었음을 실토한다. 그러자 김병만이 발끈한다.)
만: 아니 이거 왜 이러세요. 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말이예요.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말에 공감했거든요. 핀치새의 경우 환경에 따라 부리가 달라지는데 그 새를 갈라파고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 최 교수가 『핀치의 부리』를 읽으라고 권해줘서 읽은 적이 있기에 그걸 알고 있어요.
▲ 핀치새는 먹는 먹이에 따라 부리가 달라진다. 이게 다윈의 진화론을 밝혀주고 있다.
훈: 동물들도 짝짓기를 할 때 연애의 감정 같은 게 있나요? 짝을 보면서 ‘얘는 내 거다’ 이런 식의 감정 말이예요
만: 제인구달 선생의 책에서 봤는데, 어느 침팬지가 자기에게 계속 다가오는 이성 침팬지를 밀어내더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처럼 동물들도 본능만 있는 게 아니라 애정의 감정도 있다고 생각된다. ‘정글’을 찍다 보면 어떤 동물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걸 애정이라 할 수 있을까?
관중: 그게 바로 애정이죠.
만: 내 생각에 그건 애정이라기보다는 소유욕이라 생각된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있듯 동물들도 원래의 환경에 놔두는 게 가장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동물을 나의 터전에서 기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인 한 명은 섬을 통째로 사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그곳에서 놔둬 살게 한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 서로 다른 분야에서 우뚝 선 사람들이지만,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니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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