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조강연
▲ 이화여대 삼성홀로 가는 길. 중앙광장을 홀로 꾸몄다.
참여소감
이 콘서트에 편하게 왔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올 수 있었다. 생명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그의 말이 아이들을 만나는 내 입장에선 생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얘기를 할지, 그리고 세 명의 강연자가 나오는 만큼 얼마나 충실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를 하며 이 자리에 왔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본 공연이 시작되자 비트박스를 하는 뮤지션이 나와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 세상에 강연을 들으러 온 줄만 알았는데, 비트박스가 우릴 반긴다. 대단하다 목소리 하나로 분위기를 휘어잡다.
김병만 강연
처음엔 정글이란 곳을 갈 땐 ‘뭔가 이기고 오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힐링 하고 오는 곳’이 되었다.
동물에 다가갈 때 적대감이 없는 상태로 천천히 다가가면 바다사자도 가만히 있는다. 이런 것을 통해 봤을 때 동물도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기보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지 안다고 할 수 있다. 정글에 갔을 때 원숭이들이 있었다. 그 때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원숭이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같이 놀더라. 이 모습을 보면 원숭이들이 인간과 친화력이 좋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스텝이 손을 들어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와서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동물에게 다가갈 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그들에게 다가가니 동물들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
▲ 혼자 나와서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거나 떨지 않았다. 청중들과 함께 재미난 시간을 만들었다.
소감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게 틀에 박혀 있는 강연처럼 보이지 않아 더 좋았다. 역시 개그맨 출신답달까. 좌중과 호흡하는 법을 알고 분위기를 이끌어 갈 줄을 안다.
그는 맨 처음 정글에 갔을 때만 해도 ‘이 프로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갔었다. 그러다 보니 생태에 대해 고민했던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려다 보니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일도 많이 했나 보다. 그런데 정글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갔고 최재천 교수와 만나 여러 얘기를 들으며 이젠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했다. 분명히 작은 체구지만, 큰 거인처럼 보였다.
▲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는다. 사람이기에 경계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다가오느냐에 따라 경계하는 것이다.
김훈 강연
인간에게 가장 반생태적인 건 입이다.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강연을 하려 신촌 로터리를 걷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 때 ‘몇 년 지나면 이 사람들이 다 지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물리적 환경의 주인일 수 없고 그저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과객’ 인간은 어쩌면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과객’이란 생각이 있을 때 지금 문제에 접근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눌러 앉은 자’라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 모든 걸 누리려 하고 모든 것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지나가는 자’라 생각하면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자전거를 많이 탔으나 지금은 그렇게 많이 타진 않는다. 미세 먼지가 많아져서 호흡기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땐 내 몸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전거가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의 그 아날로그성을 좋아하고 그 속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힘이 체인과 베어링을 타고 내려가 뒷바퀴를 굴리는 힘을 되는 것 자체에 감탄하게 된다.
▲ [남한산성], [칼의 노래]로 유명한 작가다. 직접 쓴 원고를 읽으며 강연을 하고 있다.
소감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강연이다 보니 뭘 제대로 하기 힘들다. 당연히 횡설수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문장 한 문장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역시 짧게 핵심을 담아 표현할 줄 아시는 분이다. 김병만은 좌중을 휘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김훈 선생은 분위기를 누르며 진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 그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최재천 강연
흔히 ‘개미박사, 생물학자, 생태학자, 사회 생물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사람들이 “전공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관찰학을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모으고 있는데,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동물들이 인간이란 존재를 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다. 얼굴에 병이 낀 여우는 길 한복판에서 사람이 오길 기다려 사람이 오자 가까이 오며 빼달라고 한다. 여우는 원래 사람에게 절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 녀석은 얼굴에 병이 끼자 동료들에게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고 얼굴을 내밀었을 테지만 도와줄 수 없음을 알게 되자 그렇게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돌고래의 경우도 이와 같은데, 수족관에 들어가 촬영하는 사람에게 유독 한 돌고래가 계속 가까이 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낚시 바늘이 몸을 칭칭 감고 있었기에 그걸 제거해줬다고 한다(mantarayshawaii.com). 그 때 돌고래는 모두 다 제거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더란다. 돌고래는 허파로 숨을 쉬기에 잠시 숨을 쉬려 올라간 것이었다.
제인구달 박사는 다친 침팬지를 치료한 후 자연에 방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다친 상태로 연구소에 실려 왔을 때와 다 나은 후 방사할 때 그 침팬지를 딱 두 번만 보았다. 그런데 방사하던 날 침팬지는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제인구달을 안은 후,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 장면이 왠지 찡한 느낌이 들었다.
동물들은 적어도 500만년동안 사람들을 관찰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도 사람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잔인한 모습, 그렇기에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 생태를 연구했지만, 인간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다. [종수곽탁타전]의 곽탁타는 나무를 키웠지만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것과 같다.
소감
글로 읽었던 소감은 어찌 보면 학구적이며 조용조용한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강연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강연의 컨텐츠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영상까지 볼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 침팬지를 겨우 두번 봤을 뿐인데, 침팬지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을 알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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