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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2주년 토크 콘서트 - 3. 질의응답과 후기 본문

연재/배움과 삶

국립생태원 2주년 토크 콘서트 - 3. 질의응답과 후기

건방진방랑자 2019. 10.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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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질의응답과 후기

 

청중과의 질의응답

 

Q(2)

나무를 잘 탈 수 있는 방법은?

 

나무를 타서 도움이 될 건 없다. 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서 톰소여의 모험의 모험 중 나무에 집을 짓는 장면을 보고나서 그 때부터 나무에 오르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무에 오르는 게 특별한 건 없고 몸에 힘이 있으면 저절로 오를 수 있게 된다. 아마 지금부터 힘을 기르면 자연히 나문에 오를 수 있게 될 거다.

 

나도 어려서 나무에 자주 올랐기에 나무를 잘 탄다. 나무 잎을 엮어서 집을 만드는 개미가 있는데 나무를 타다 보니 자연히 그런 개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개미박사가 될 수 있었다.

 

 

이제부턴 관객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Q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게 자연을 위하는 걸까요?

 

문명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질문이다. 전자책은 빛이 많이 나와 읽지 못하고 있으며, 전자기기는 기본적으로 눈을 너무 해치는 물건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지금은 눈을 아끼고 있는 중이기에 봐야 할 것만 골라서 보고 있다.

종이책은 나무를 사용하여 만들다 보니, ‘숲이 훼손되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게 되고 그에 반해 전자책은 자연물의 훼손이 없으니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람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숲이 훼손되거나 멸절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 이상을 쓰면 문제가 되지만 필요한 만큼씩 쓴다 해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다.

 

김훈의 말에 백퍼 동의한다. 어떤 섬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은 어망을 쳐서 물고리를 잡으면 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작살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만 잡더라. 그 땐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쓰겠다는 각오였으니 말이다.

 

 

강연 끝엔 질문자 중 한 명을 선택해, 자전거 패달을 돌려 직접 만든 솜사탕을 줬다. 김병만씨는 지금 솜사탕 만드는 중. 

 

 

Q

벌레가 무섭고 싫은데 극복 방법은 있나요?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도 지구상엔 있어야만 하는 건가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는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사석에서 아주 개인적인 얘기를 해주더라. “나에게 요술방망이가 있으면 모기는 꼭 없애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연구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는 없다.

어스틴이란 도시에 가면 매일 저녁 강가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저녁거리를 찾으러 무리지어 이동하는 박쥐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으로 박쥐들이 무얼 먹으러 가는지 추적해보니, 이동하는 모기떼를 잡아먹는 것이었다. 모기는 박쥐의 먹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할 수 있다.

 

 

Q

아내가 바퀴벌레를 죽도록 싫어한다. 바퀴벌레는 물진 않나?

 

바퀴벌레는 물진 않으나 지저분한 곳을 다니기 때문에 꺼림칙하다고 느끼는 거다. 곤충학과에 있을 때, 들었던 얘기다. 곤충 연구자들도 연구소에선 곤충을 연구하지만 집에 들어가 불을 켜면 사르르륵~’ 소리를 내며 벌레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 까무러치게 놀란다고 한다.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연구자들 중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퀴벌레가 사라지면 숲 생태계는 붕괴된다. 바퀴벌레는 숲 생태계에서 다양한 종의 먹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냇가에서 잘 때 보면, 바퀴벌레들이 내 몸으로 자연스럽게 기어 다니곤 한다. 그런데 한 번도 물리거나 그래 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바퀴벌레보다 오히려 모기가 더 싫다.

 

 

Q

자연스럽게 사람답게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는 무엇이 있나요?

 

고승에게나 물을 수 있는 질문 같다. ‘자연스럽게사람답게와 같은 의미인 것 같다. 자연스럽지 못하면 사람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먹이 피라미드의 단계가 많은데 그 단계별로 서로 적대적이고 이익을 서로 침범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상의 의존적으로 만드는 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나치지 않게, 필요한 만큼 적당히 가지고, 하는 거라 생각한다.

 

괌에 돌고래를 보러갔었다. 괌엔 지구상에 가장 깊은 해구가 있는데, 다른 곳은 보통의 바다색인데 그곳만 군청색으로 변해 있어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부딪힐 것만 같이 느껴진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의 앞자리에 앉았는데 그 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떠날 때쯤 여기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김훈 작가가 지나가는 사람처럼 살면 된다고 했는데 동의한다. 그래서 어떤 책의 맨 마지막 문장으로 내가 여기 없었던 듯 떠나고 싶다고 썼다. 너무 남기려 하기보다 뒤에 오는 뭇생명들을 위해 깨끗이 사라져 주는 것이 좋다.

 

 

마리아나 해구. 주변과 다르게 물색이 확연히 다르다.

 

 

Q(2)

최교수님의 경우 대중을 과학화하고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노력을 하는 분인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세계적인 입지를 갖추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 궁금하다.

 

몇 년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독일친구와 함께 공부를 했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세계에서 5번째 인용빈도가 높을 정도의 학자가 되었다. 어느 날은 그 친구와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다음날 그 친구가 나에게 오더니 어제 같은 말을 10번 이상 했다고 하더라. 그 말은 너처럼 하나만 했으면, 아마 나도 지금쯤 너처럼 됐을 텐데하는 푸념이었다는 것이다. 저 또한 어느 부분에선 후회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

개미박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더욱 깊이 있게 개미만 연구하고 싶었다. 94년에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학생들은 침팬지, 돌고래, 코끼리 등 다양한 것을 연구하고 싶어 하더라. 그 때 개미만 연구하는 것은 고집같이 느껴졌고 그게 학문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런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연구해보고 싶다는 걸 함께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선택으로 지금에 이른 것 같다.

 

 

Q

곤충학자가 꿈인데, 제가 좀사마귀에게 잠자리를 줬는데 먹지 않고 오히려 잠자리가 사마귀를 괴롭힌다. 개미를 줬는데 먹지 않는데, 좀사마귀가 뭘 먹나요?

 

길러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뱀도 잡아먹는다는 게 알려져 있듯, 자연계엔 법칙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누굴 먹는지는 적은 시간 관찰하여 말한 것일 뿐, 그게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직접 끈질기게 관찰해야 남들이 관찰하지 못한 걸 제일 먼저 관찰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책에 나온 내용이 맞다며 그냥 책을 덮지 말아야 한다. 관찰력과 궁금증은 그래서 중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정말 배고픈 놈이 먹게 되어 있다. 법칙보단 누가 먼저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냐 하는 것이다. 정글에 있을 때 침팬지가 원숭이의 꼬리를 잡아 먹는 모습까지도 보았다. 그걸 봤을 때도 배고픈 놈이 덜 배고픈 놈을 먹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을 것 같다.  

 

 

후기

 

북콘서트에 여러 번 가봤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가장 기본에 충실하면서 만족도가 높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한 명씩 나와 짧게 기조 강연을 하고, 중간 중간에 비트박스, 요조의 노래 등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으며, 세 사람이 함께 나와 여러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너무 믿지 마라’, ‘우리는 과객이다’, ‘더 배고픈 놈이 덜 배고픈 놈을 먹는다’, ‘동물도 인간들을 알고 있다는 말은 충분히 생각할 만한 거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덤으로 강연의 목적인 국립생태원 알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예전 페이스북에 준규쌤이 남긴 글을 통해 국립생태원이란 게 있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때 어렴풋이 보는 바람에 지금까지 서산에 있는 거라 알고 있었다. 준규쌤은 컨텐츠가 그렇게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평했기에 나도 금방 신경을 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 얘기를 들은 후 다시 검색해보니, 글쎄 군산에서 멀지 않은 장항역 바로 옆에 있더라. 군산여행을 갔을 때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었던 셈인데, 그걸 몰랐다니 무척 아쉬웠다. 어찌 되었든 나는 동식물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한 번 시간이 되면 꼭 가보고는 싶다. 그 때쯤엔 잎꾼개미들을 볼 수 있으려나.

 

 

국립생태원에서 만난 세 사람. 

 

 

인용

목차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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