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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6 - 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13.03.16 - 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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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등산코스: 원터골입구원터고개굴바위매바위배봉굴바위원터고개원터골입

 

 

청계산입구역에서 10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코리안타임이 적용되어 조금 늦고 말았다. 청계산입구역엔 수많은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꼭 아웃도어 패션쇼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등산하기 전 초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껏 기분을 냈다.

 

 

청계산입구역에서 10분정도 걸으니, 원터골 초입길에 상가들이 즐비하다. 거의 아웃도어 매장이다. 볼트는 예전에 왔을 땐 음식점들이 많았었는데, 이젠 옷가게 밖에 없네요. 이렇게 하나 둘씩 없어져 가는 게 마음이 아파요. 여기까지 와서 옷을 사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라고 말했다. 획일화가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이 게임에서 웃는 사람은 매장 주인도 아닌, 대기업 의류 매장일 뿐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브랜드옷을 사서 입히는데, 얼마나 비싼지 몰라. 근데 그냥 옷을 입히면 왕따 당할까봐 보통 부모들도 사서 입힌다.”

 

 

등산로 초입길에 아웃도어매장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이야 그렇다 치자, 그럼 어른이 되어서도 왕따 당할까 무서워 등산을 하면서도 명품으로 치장하는 걸까? 등산을 하며 왕따를 생각하는 이 논리적 비약! 됐다. 그냥 자연의 품에 안기려 왔으니, 그냥 오르고 볼 일이다.

 

 

오르는 길에 진흙이 가득하다. 그래도 신나게 오른다.

 

 

원터골에서 매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진흙 투성이었다. 발이 푹푹 빠진다. 31일에 남한산성에 오를 때도 그랬는데, 여기도 그렇다. 등산로는 험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진흙이 우릴 더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짜증만 나진 않았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멀어진 그것. 그게 바로 진흙을 밟으며 비가 오기라도 하면 질퍽거리는 거리를 걷는 일상사였다. 모든 길들이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덮혀지며 진흙길은 굳이 이렇게 찾아야만 느낄 수 있는 운치가 되고야 말았다. 진흙길을 걷는 정서와 아스팔트길을 걷는 정서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진흙이 좀 묻고, 걷기에 좀 불편한들 진흙길에 푹푹 빠지며 걷는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우리가 잊고 산 그 운치 속으로.

 

 

2시간 30분 정도를 걸어 매봉에 도착했다. 매봉엔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기억보다 사진을 남기기에 바쁘다.

우린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의자가 아닌 그냥 땅바닥에 앉는 거였기에, 옷에 진흙이 묻을 수밖에 없다. 민석이는 그게 싫은지, 나무에 기대어 밥을 먹는 신공을 보여줬다. 나무에 기대 가방을 앞에 맨 후, 그 위에 도시락을 놓고 밥을 먹는 거다. 자칫 잘못하면 도시락이 떨어질 텐데, 엄청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밥을 뚝딱 먹었다.

나와 승빈이는 땅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승빈인 배가 많이 고팠던지, 물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라면에 차가운 물을 붓는 바람에, 라면을 거의 먹지 못했다. 주원이는 매봉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매봉에 올라 밥도 먹고 신나게 하루를 보냈다.

 

 

매봉에 올라 서울 강남 일대를 바라보니, 진경이 따로 없었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비좁은 곳이며, 그곳에서 아등바등 살며 나 자신을 잊고, 치열해지기만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니 말이다.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등산을 하는 그 순간이다.

 

 

진흙길을 불평하기보다 활짝 웃으며 산과 하나된 토요 산행은 행복이었다.

 

 

▲  오르면 내려가는 법.

 

 

인용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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