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응원단이란 게임과 장자
‘응원단’이란 게임을 아는가?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펌프’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요즘 내가 흠뻑 빠져서 즐기고 있는 게임인데, 모든 음악 게임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박자 감각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에 해보고선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런 식의 음악 게임에선 도무지 박자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그래서인지 비트박스도 몇 번하다가 관두곤 했었다.
▲ 응원단이란 게임을 하며 흐름에 맡기는 법을 알게 됐다.
‘~되기’를 통해 응원단에 익숙해지다
하지만 그때 읽게 된 책은 이진경씨가 쓴 『노마디즘』이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은 여러 가지이지만, 나의 신체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게 그 중 하나였다. 이를 테면 손이 필기도구와 만나면 ‘필기도구-되기’를 이뤄 글로 나의 생각을 풀어내며, 운전대랑 만나 ‘운전대-되기’를 이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전을 한다. 이렇듯 어느 구심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사물을 만나 새로운 신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에 있어서도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었다. 음악이야말로 우리의 감정을 극단점에서 풀어낸 것이니 말이다. 그런 깨달음 뒤에야 마음을 먹고서 게임에 매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젠 능숙하다 못해 아예 몸에 익어서 아주 쉽게 깰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게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깨달은 점은 두 가지이다. 바로 음악의 흐름을 타라는 것과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게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앞서서도 안 되며, 흐름을 무시하고 마구잡이 해서도 안 된다. 그저 팔근육의 긴장을 풀고 음악의 흐름을 타서 자연스럽게 하나하나씩 터치해나가면 게임을 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경지에 오르고 나니, ‘-되기’의 본의가 보이는 것 같았다. ‘되기’ 또한 내가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타고 나를 비워나가는 과정 속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란 이야기이다.
▲ 정말 어려운 책이지만 '되기'는 가장 적절한 내용이었다.
익숙히 알던 장자를 다르게 묘사하다
굳이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하 장자)』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거창하게 서두를 전개한 이유는 무얼까. 바로 그 차이와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존재에 관한 탐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미 그린비에서 발간했던 ‘리라이팅 시리즈(열하일기...., 자본을 넘어선......, 니체의 위험한 책)’의 책들을 보았거나, ‘수유+너머’의 저작들을 보았던 분이라면 이 책 또한 그런 친근함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미 장자 관련 서적을 읽었던 사람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떤 책이나 그러하듯,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같은 책을 읽고서 이야기를 나눠도 내가 느낀 바와 타인이 느낀 바는 다르듯이, 동일한 텍스트를 어떤 관점과 사상에서 풀어내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노장의 사상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 안다고 자신했던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관념들을 뒤집어 볼 수 있었다.
‘아는 것’ 그건 자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만의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남에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그런 나만의 생각이라는 그런 독창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이 책 또한 장자를 설명한 것이지만 여느 장자 책보다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니, 이미 장자를 안다할지라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 장자를 재밌고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인용
1. 응원단이란 게임과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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