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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세 번째 공모전 도전기 - 4. 결과: 서는 순간 넘어질까 조심하라 본문

건빵/글쓰기

세 번째 공모전 도전기 - 4. 결과: 서는 순간 넘어질까 조심하라

건방진방랑자 2020. 2. 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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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과: 서는 순간 넘어질까 조심하라

 

27() 630분에 처음으로 학교에 다시 올라간다. 전주에 자리 잡고 임고반에 들어왔지만 늦은 시간에 임고반에 올라간 적은 여태껏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시작은 해야 했기 때문에 노트북을 챙겨들고 올라온 것이다. 그때의 바람은 시작이라도 됐으면하는 거였다.

 

 

 

3월 28일. 초고 완성 후 다듬는 모습.  

 

 

 

힘들지 않게 써진 원고

 

다행히도 지금 진리관은 예전과는 달리 강의실이 열려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맘만 먹으면 한 강의실에 틀어 박혀 맘껏 끼적이는 게 가능하다. 여태껏 이런 환경을 그토록 원했었다. 하지만 서울에 있을 땐 도서관에선 타자를 치며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두 번이나 하이몬드 커피숍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토록 원하던 그래서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니 운이 좋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사독 옆에 있는 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써나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든 써졌고 70% 정도는 완성할 수 있었다. 어차피 시작은 했으니,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글은 평상시에 내가 쓰는 듯한 뉘앙스의 생각들로 가득 찼고 자신이란 인식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그래서 자신이 스파이라는 걸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지, 인식된 후엔 어떻게 반스파이인 은둔자가 되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은둔자들의 세상은 어떤 삶인지를 대략적으로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28()엔 아예 임고반보단 빈 강의실에 자리를 잡아 쓰기 시작했고 초안을 드디어 완성했다. 이때의 뿌듯한 기분은 미처 말로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글이란 게 보고 또 보다보면 어색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시로 다시 읽어보며 그때그때 수정을 해야 한다. 고민하다 보니 가장 좋은 방법은 브런치에 업로드 시켜놓고 수정하는 방법이 있더라. 블로그는 아직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이의 연계가 자유롭지 않아 수정이 힘들지만 브런치는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래서 초고는 완성됐지만, 언제든 스마트폰을 볼 기회가 있으면 켜놓고 다시 읽어보면서 어색한 부분들을 고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29일 느지막한 시간에 마침에 원고를 접수했다.

 

 

  접수했는데 이름과 연락처를 적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런 메일이 왔네.

 

 

 

당선의 기쁨은커녕 처절한 실패를 맛보다

 

심사기간이 4월 내내 이며 5월 중에 발표가 난다는 확실한 날짜가 명기되진 않았었다. 그만큼 긴 시간동안 심사숙고하여 진행된다는 뜻이리라. 김칫국을 마셔서 그렇긴 하지만 이번엔 입상은 물론이고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갈고 닦은 게 도둑질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20편 이상 되는 글들도 써왔으니, 단재학교 6년 내내 글과 씨름을 하고 그 능력을 키워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비합리적인 신념이 맞지만, 막상 입상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단재학교 6년의 시간이 철저히 무시당한 거라고생각할 정도였다. 그만큼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의 드러난 것이자 이번 독후감이 맘에 쏙 들도록 잘 나왔다는 만족스러움이기도 했다.

막상 4월을 보내고 5월이 되고 보니 이제나 저제나 계속 기다리게 된다. 그래도 5월 초반엔 어린이날과 대체연휴로 붕 뜨는 시간이 있으니, 그때는 발표가 나지 않을 거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발표가 날 거라 기대했다. 그게 바로 이번 주인 셈이다. 그래서 화요일부터 연락이 오지나 않을까, 문자가 오지나 않을까 기대했고, 수시로 최명희 문학관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다. 하지만 어떤 공지도 올라오지 않더라. 그건 묘한 기분이었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안도임과 동시에 설마 최악이 상황이 펼쳐진 것인가 하는 불안감까지. 기대가 컸던 만큼 반대 상황에 대한 쓰라림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오늘 마침내 공지에 당선자 명단이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상위권에 시선이 집중됐고 거기서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상위권엔 내 이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30명 정도를 뽑는 가작에 있단 말인가? 가작으로 뽑히는 건 전혀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마치 마지못해 받는다는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롭게 스크롤을 하며 내려가는데, 아뿔싸 거기에도 내 이름은 없더라. 480명 정도가 독후감을 냈다던데, 그 중에 33명이 당선되는 것인데, 거기엔 내가 없었던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완벽한 실패인 셈이다.

그 상황을 겪고 보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기대했기에 그만큼 아픈 것이리라. 그리고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아래는 평가에 대한 소회를 첨부하며 이 쓰라린 기분을 잘 추슬러 보련다.

 

 

많은 응모작이 텍스트 외부에서 머뭇거린 혐의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소설적 구성과 완성도보다는 소설에서 촉발된 사회·역사적 상상력에 치우친 경우다. <나라 없는 나라>를 대상 텍스트로 삼은 독후감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텍스트 바깥의 사회 현실에 경도하는 경우, 작가가 작품 완성을 위해 얼마 많은 것을 걸러냈는가 추론해보아야 한다. 작가가 소설의 행간에 감추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보물은 교묘하게 위장되어 감추어지는 법이다. 첫눈에 발견되는 것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가짜에 현혹된 독후감이 적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아울러 응모자의 지적문학적 편력이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 경우 독후감은 공감의 지대에 놓이기 어렵다. 응모자의 지적 과시나 자의식의 과잉이 강박적으로 표출된 경우가 그랬다.

심사위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모작은 두 가지 특징을 보였다. 하나는 서평을 넘어서 한 편의 비판적 평론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경우 다소의 현학적 자세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글의 완성도 면에서 지적 과시를 덮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내면화된 독서력과 함께 책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텍스트를 읽었고, 그 텍스트에 대한 독후감을 읽는 이중 독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상 텍스트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비의와 암호를 해석해 내는 응모자의 예리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소설의 이해는 좋으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 앞에서 오래 망설이기도 했다.

 

보란 듯이 미끌어졌다. 조금 더 다듬어야 하고 이렇게 하나 하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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