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눈과 귀에 휘둘리지 말라
예전 우임금이 황하를 건너는데 황룡이 배를 등져 지극히 위태로왔다. 그러나 살고 죽는 판가름이 먼저 마음에 분명하고 보니 용이고 도마뱀이고 그 앞에서 크고 작은 것을 헤아릴 것이 없었다. 소리와 빛깔은 바깥 사물인데 바깥 사물이 항상 눈과 귀에 탈이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그 보고 듣는 바름을 잃게 만듦이 이와 같다. 그러니 하물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그 험하고 위태로움이 황하보다 심하여 보고 듣는 것이 문득 병통이 됨에 있어서이겠는가? 내 장차 내 산 중에 돌아가 다시 앞 시내의 물소리를 듣고 이를 징험하여, 장차 몸놀림에 교묘하여 스스로 총명하다고 믿는 자를 경계하리라. 昔禹渡河, 黃龍負舟, 至危也. 然而死生之辨, 先明於心, 則龍與蝘蜓不足大小於前也. 聲與色外物也, 外物常爲累於耳目, 令人失其視聽之正, 如此. 而況人生涉世, 其險且危, 有甚於河, 而視與聽, 輒爲之病乎! 吾且歸吾之山中, 復聽前溪而驗之. 且以警巧於濟身, 而自信其聰明者. |
예전 우임금이 황하를 건널 때도 그랬다. 배가 황룡의 등위에 올라앉아 언제 어떻게 뒤집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임금은 하늘의 뜻에 내맡겨 마음에 조금의 의심이 없었다. 그러자 황룡은 도마뱀이나 다를 바 없게 되었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 내 눈에 드는 빛깔은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바깥 사물일 뿐이다. 그런데 이 소리와 빛깔이 작용을 일으켜 내 눈과 귀에 탈이 생긴다. 그래서 마음이 덩달아 움직인다. 소리와 빛깔의 작용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려면 ‘명심’의 경계에 도달해야 하리라.
한 세상을 건너가는 일은 황하의 위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럴진대 나는 내 눈과 귀를 경계해야 하리라. 내 마음을 우선 다스려야 하리라. 내 마음에서 눈과 귀가 일으키는 병통을 걷어내야 하리라. 이러한 깨달음을 가지고 나는 다시 돌아가 내 앞 시내의 물소리를 다시 들어 보겠다. 내 마음에 따라 온갖 빛깔을 지어내던 그 물소리를 다시 들어 보겠다. 내 마음을 텅 비우면 그 소리조차 지워질 것인지를 시험해보겠다. 그리고 이 깨달음으로 제 눈과 귀의 총명을 믿고서 스스로 처세에 능란하다고 믿는, 마침내 그로 인해 제 발등을 찍고 마는 자들을 경계하겠다.
▲ 전문
인용
2. 눈에 현혹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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