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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눈 뜬 장님 - 5. 연못가에 서서도 전혀 위태롭지 않은 장님 본문

책/한문(漢文)

눈 뜬 장님 - 5. 연못가에 서서도 전혀 위태롭지 않은 장님

건방진방랑자 2020. 3. 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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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못가에 서서도 전혀 위태롭지 않은 장님

 

내가 오늘 밤에 이 물을 건넘은 천하에 지극히 위태로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말을 믿고 말은 발굽을 믿고, 발굽은 땅을 믿어 말고삐를 잡지 않은 보람을 거둠이 이와 같도다. 수역首譯이 주주부周主簿에게 말한다.

옛날에 위어危語를 지은 자가 있어 말하기를, ‘장님이 눈먼 말을 타고 한밤중에 깊은 연못가에 섰도다라고 했더니, 참으로 우리들의 오늘밤 일입니다 그려.”

내가 말했다.

그것이 위태롭기는 해도 위태로움을 잘 안 것은 아니라고 보네.”

두 사람이 말한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장님을 보고 있는 자는 눈이 있는 사람인지라, 장님을 보고는 스스로 그 마음에 위태롭게 여기는 것이지, 정작 장님은 위태로운 줄을 알지 못하는 법이거든. 장님은 위태로운 것이 보이질 않는데, 무슨 위태로움이 있겠는가?”

서로 더불어 크게 웃었다. 따로 일야구도하기를 적은 것이 있다.

余今夜渡此河, 天下之至危也. 然而, 我則信馬, 馬則信蹄, 蹄則信地, 而乃收不控之效如是哉! 首譯語周主簿曰: “古有爲危語者, 謂盲人騎瞎馬, 夜半臨深池, 眞吾輩今夜事也.” 余曰: “此危則危矣, 非工於知危也.” 二人曰: “何爲其然也?” 余曰: “視盲者有目者也. 視盲者而自危於其心, 非盲者知危也, 盲者不見所危, 何危之有?” 相與大笑. 別有一夜九渡河記.

위 대목은 열하일기』 「막북행정록속에서 앞서 일야구도하기를 적을 당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장님이 눈먼 말을 타고서 한밤중에 깊은 연못가에 서있다. 위태로움의 지극함을 묘사한 말이다. 한밤중에 물결이 넘실대는 강물을 아홉 번이나 건넌 일은 그 아슬아슬하기가 여기에 견줄 만하다. 생각할수록 진땀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암은 여전히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이 사람. 내 보기에 장님은 위태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고 보네. 정작 본인은 하나도 위태롭지 않건만 공연히 곁에서 지켜보는 이가 위태롭게 보는 것일 뿐일세. 왜 그런가? 그는 눈앞에 뵈는 것이 없으니, 지금 제가 위태로운 연못가를 지나는지, 지금이 한 밤중인지, 또 제가 탄 말이 눈이 멀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그는 말을 믿고 말은 또 제 발을 믿고, 발은 또 땅을 믿어 그저 평지를 걷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을 터이니 위태롭기는 무엇이 위태롭단 말인가? 공연히 눈 가진 우리가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일 뿐이지. 안 그런가?

보이지 않으면 위태로움도 없다. 들리지 않으면 두려움은 없다. 위태로움과 두려움은 보고 듣는데서 생겨난다. 앞 못 보는 장님에게는 조금의 두려움도 위태로움도 없다. 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태로움 앞에서도 태연히 평지를 걷듯 뚜벅뚜벅 걷는다. 가히 명심冥心의 경계에 들었다 할만하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눈과 귀란 것은 또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것이냐? 눈앞의 온갖 것에 현혹되어 옴짝달싹도 못하느니, 차라리 장님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019

서대문형무소 후기

소화시평 상권85 정리

1. 같은 소리도 마음 따라 달리 들린다

2. 눈에 현혹되지 말라

3. 보이지 않는 물소리가 두렵게 하네

4. 눈과 귀에 휘둘리지 말라

5. 연못가에 서서도 전혀 위태롭지 않은 장님

6. 장님의 눈이야말로 평등안

7. 시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도로 눈을 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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