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석주가 속담을 인용하여 장난스럽게 지은 시
權石洲爲詩家正宗, 而其遊戲之語, 亦皆出人.
嘗遊一寺, 適有盲客至, 石洲以詩贈之曰: “遠客來山寺, 秋風一杖輕. 直人沙門去, 丹淸四壁明.” 盖方言以盲爲遠. 又稱盲者之一杖, 又有盲人直人門之語, 又有盲人玩丹靑之語故云.
又贈盲人詩一句曰: “百中經事業, 三尺杖生涯.”
又有鄕客, 能作行詩, 而不能於律; 能飲濁醪, 而不能淸酒. 石洲嘲之日: “律詩如鼠本, 淸酒作猫頭.”
雖以俗語俳皆, 而無不佳妙.
해석
權石洲爲詩家正宗,
권석주는 시인들의 정통이 되었지만
而其遊戲之語, 亦皆出人.
농담하는 말을 또한 다 남에게 내었다.
嘗遊一寺, 適有盲客至,
일찍이 한 절에 유람할 적에 마침 장님이 와서
石洲以詩贈之曰: “遠客來山寺, 秋風一杖輕. 直人沙門去, 丹淸四壁明.”
석주는 시를 써서 그에게 주었으니 다음과 같다.
遠客來山寺 秋風一杖輕 | 먼 곳에서 온 손님 산사에 오니 가을바람에 한 지팡이 가볍네. |
直人沙門去 丹淸四壁明 | 곧바로 절문으로 가니 단청의 사방 벽이 훤하네. |
盖方言以盲爲遠. 又稱盲者之一杖,
일반적으로 방언에 ‘장님’을 ‘원인(遠人)’이라 하고 또한 ‘장님’을 ‘한 지팡이’라고 말하며
又有盲人直人門之語,
또 ‘장님이 곧바로 문에 들어가기’라 하고
又有盲人玩丹靑之語故云.
또 ‘장님 단청 구경하기’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遠客來山寺 秋風一杖輕 | 장님 온 손님 산사에 오니 가을바람에 장님의 몸이 가볍네. |
直人沙門去 丹淸四壁明 | 장님 곧바로 문에 들어가 장님이 사방 훤한 단청 구경한다네. |
又贈盲人詩一句曰: “百中經事業, 三尺杖生涯.”
또 장님에게 준 시의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百中經事業 三尺杖生涯 | 백중일【백중일(百中日): 음력 7월 보름인 말한다. 백종일(百種日), 백중절(百中節),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우리 민속에서는 이날 일손을 놓고 서로 모여 음식을 차려 놓고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에 사업을 경영하고 석 자의 지팡이에 생애 지탱하네. |
百中經事業 三尺杖生涯 | 백발백중 점치는 사업으로 연명하나 석 자 지팡이에 생애 부지한다지. |
又有鄕客, 能作行詩, 而不能於律;
또 어떤 시골 나그네가 시를 지을 순 있는데 율시는 지을 수 없고
能飲濁醪, 而不能淸酒.
탁주는 마실 수 있는데 청주는 마실 수 없었다.
石洲嘲之日: “律詩如鼠本, 淸酒作猫頭.”
석주가 그를 조롱하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律詩如鼠本 淸酒作猫頭 | 율시는 쥐의 좆 같고 청주는 고양이 뿔 같지. |
律詩如鼠本 淸酒作猫頭 | 율시 짓는 솜씨는 쥐 좆처럼 형편없고 청주는 고양이 뿔처럼 전연 어쩌지 못하네【서본(鼠本)이란 속담에 쥐좆을 말한다. 즉 우리나라 말에 좋지 못한 물건을 흔히 이것 같다고 하며, 묘두(猫頭)는 고양이 뿔이니 고양이란 본래 뿔이 없는 짐승이다. 그러니 이 말도 무엇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쓴 것이다.】. |
雖以俗語俳皆, 而無不佳妙.
비록 속된 말이고 장난스레 나란히 한 말이지만 아름답고 묘하지 않은 게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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