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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 해설 2.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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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 해설 2.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③

건방진방랑자 2021. 8.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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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물 형상의 대립과 전형성

 

혼인 비극으로 엮인 이 서사시에서 갈등의 축은 젊은 여자와 늙은 소경이 인연을 맺음에 있는데, 거기에 친정어머니와 아버지가 주요 인물로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각기 나름으로 성격을 지닌 생동하는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주인공은 시의 서두에서 벌써 비상한 관심을 끌도록 인상적으로 등장하지만, 서사적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개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 여자는 지아비에 대해 무조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도덕률을 거부한다. 이 측면에서는 확실히 저항적이다. 한편으로 어머니가 개가를 권유하자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식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뇌리에 개가란 금수의 행동으로 비쳐진 듯싶다. 어쨌건 그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여자의 도리를 거역하는 대신 신앙생활로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의 의지가 집요하고 강경함을 작품은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가 딸의 진정을 생각해서 적극 만류할 때도 뿌리쳤거니와, 관권의 개입으로 붙잡혀 가서 시집살이의 지옥에 다시 갇혔을 때도 용감히 탈출했던 것이다. 봉건 예속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였지만, 어떤 진취적인 진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기껏 종교 신앙에 안주하려 했다. (그것마저 차단당했지만) 이 여자의 형상에서 우리는 고결한 인격을 실현하려는 여성의 한 시대적 전형을 마주한다.

 

소경은 이 여자와 반대되는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젊음과 늙음, 아름다움과 추함, 청초함과 비루함으로 상반되어, 도저히 한 쌍의 짝으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생활관습에서도 소경은 때때로 무슨 일이 났다 하면 급급히 산통을 흔들어대며[時來怪事發 急急搖籤筒]” 점을 치는데, 그 꼴이 여자에게는 역겹게 느껴진다. ‘소경에게 시집간 여자의 운명은 사실 특수한 사례에 속하는 것이다. 소재상에서 보편성을 결여한 것처럼 보이는데, 갈등의 축에 놓인 두 인물을 이같이 대립적으로 형상화시킴으로써 보편적 의미와 함께 전형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 두 인물은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아버지의 경우 부에 현혹된 나머지, 신랑감이 두 눈이 먼 사람임을 뻔히 알고도 다만 좀 안 된 건 한짝 눈이 짜긋하나 얼굴은 한창 젊은 사람이라대[所嗟眇一目 顔色乃嬋媛]”라고 거짓말을 하여 혼담을 이루도록 하며, 뒤에 신랑의 정체가 드러나자 아내에게 나 역시 남의 속임을 당했으니 임자는 나를 보고 원망할 것 없네 (……) 사람의 기수란 하늘이 정해준 걸 화복의 엇갈림 그 누가 알겠냐[我自受人欺 卿無我怨望 (……) 命𡢺有天定 倚伏詳能詳].”라고 얼레발을 치고 되지 못한 운명론을 끌어다 기어이 결혼을 시키고 마는 것이다.

 

반면에 어머니 쪽은 딸의 운명에 대해서 마냥 서러워하고 안타까워한다. 중이 된 딸이 옷가지와 잘라낸 머리털을 친정으로 보내는 장면이 있다. 이때 어머니는 그것을 끌어안고 소경의 집으로 달려가서 싹뚝 잘려진 이 한줌의 머리칼 바로 우리 아이의 구름결 같던 머리라네[鬅鬙一掬髮 是兒如雲髮].”라고 한가한다. 그로 인해 딸은 종적이 탄로나서 붙잡혀오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머니가 공연히 주책을 떨어서 딸을 곤경에 빠뜨린 꼴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머니의 무분별한 처사를 탓하면서도 오죽이나 절통(切痛)했으면 그랬겠느냐고 동정심이 일어난다.

소경에게 시집간 여자의 친정집은 가난하고 무지를 면키 어려웠던 우리네 서민 가정의 전형이다. 작중에 전개된 내용 역시 서민생활의 비극으로서 전형성을 띠고 있거니와, 여자의 아버지는 가난과 무지 때문에 왜곡된 구시대 가부장의 형상으로, 어머니는 가부장의 권위에 눌려 지내면서 자식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쏟는(약간은 무분별하지만) 모정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인용

목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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