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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 해설 2.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④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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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 - 해설 2. 내용 및 예술적인 특징④

건방진방랑자 2021. 8. 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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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표현상의 몇 가지 특징

 

위에서는 대개 작품의 골격과 전반에 걸친 사항을 검토했는데, 이제 언어표현의 수법에 속하는 세절(細節)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을 열거해본다.

 

사건이나 정황의 묘사가 생생하게 되어 있는 점

혼례를 치르던 날 신랑 행차가 신부집에 당도했을 때의 장면을 보자.

 

 

동리사람들 눈이 휘둥그레 서로 둘러보고

가까운 손들 낙심해서 도로 마루에 오르고

이모님들 차마 못 봐 달아나더라

 

 

신랑의 의외의 생김새에 놀라 일으키는 반응이 이처럼 친소 관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남을 포착해 그려서, 우리가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가령 청순한 여성이 음흉한 늙은이에게 유린당하는 첫날 밤의 상황은 신방에서 소곤소곤 소린 들리질 않고 한바탕 요동치는 소리뿐일러라[].”라고 간결하게 처리한다. 그 여자의 곤욕스러운 몸부림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 표현이 생생하게 구사되어 결국 작품의 형상성을 높이고 있다.

 

 

여러 가지 풍속도를 그려낸 점

혼수 마련, 신랑이 장가들러 가는 행렬, 소경이 점치는 모습, 중이 되는 절차 등의 대목을 보면 자못 상세하게 묘사해서 마치 김홍도의 풍속도를 펼친 듯싶다. 이런 부분은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작품 내용을 생활과 밀착시켜 풍부하게 해주고 조선적 정조를 살리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시어가 천근(淺近)하면서도 비속하지 않고 사설이 장황하면서도 산란(散亂)하지 않은 점

당초 한시 형식 때문에 일상 구어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시구를 평이하게 엮어나가면서 천근한 생활어를 대폭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대목에서는 판소리 사설이 그렇듯 장황하게 나열되고 어떤 구절들은 사설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비사실과 과장을 조금 끼워넣기까지 했다. 그런데 천근하면서 심원한 뜻이 있고 장황하면서도 간결한 멋이 있다. 이 점은 작품의 특이한 표현미학이라고 여겨진다.

 

 

서정성이 함축된 점

이 작품은 당연히 서사를 위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사적 과정 속에 정감이 스며 있어 경우에 ᄄᆞ라선 서정성이 강렬해지기도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서술방법과 관련이 있다. 작품상에서 진술자는 시인이 아니고 주인공의 어머니다. 모정의 형상인 어머니가 딸의 기막힌 사정을 들려주는 것이다. 이야기는 저절로 회한이 서리고 눈물이 섞이기 마련이다. 특히 운명의 고비인 여자가 신방에 들어가게 되는 혼인날 저녁이나 보림사의 암자에서 어느 여승의 딸의 소식을 가져온 장면 같은 데서는 서정적인 표현이 고조되고 있다. 시인도 작중에서 다른 청자들과 함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주인공의 인생을 알게 된다. 그 이야기를 점점 들어감에 따라 감동하여 연민의 정까지 생겨나게 된다. 서사와 서정을 교묘한 수법으로 결합시켜 심대하고 독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하겠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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