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첨을 떠는 데도 직언을 거리낌없이 한 적황
적황직언(翟璜直言)
『新序』曰. 魏文侯與士大夫坐, 問曰: “寡人何如君也?” 群臣皆曰: “君仁君也.” 次至翟璜, 曰: “君非仁君也. 君伐中山, 不以封君之弟, 而以封君之長子, 臣以此知之.” 文侯怒逐璜, 璜起而出.
次至任座, 文侯問之. 對曰: “君仁君也. 臣聞其君仁者其臣直, 向翟璜之言直, 是以知也.” 文侯曰: “善.” 召翟璜入, 拜爲上卿. 舊本翟璜誤作任座.
해석
『新序』曰.
춘추시대부터 한나라 초기까지의 일화가 담긴 『신서(新序)』에 실린 이야기다.
魏文侯與士大夫坐, 問曰: “寡人何如君也?”
위문후가 사대부와 앉았을 적에 “과인은 어떤 임금인가?”라고 물었다.
群臣皆曰: “君仁君也.”
뭇 신하들이 모두 “임금께선 어진 임금이시옵니다.”라고 말헀다.
次至翟璜, 曰: “君非仁君也.
다음으로 적황의 차례가 되자 말씀드렸다. “임금께선 어진 임금이 아니시옵니다.
君伐中山, 不以封君之弟, 而以封君之長子, 臣以此知之.”
임금께서 중산을 정벌할 적에 임금의 아우를 봉하지 않고 임금의 맏아들을 봉하였사오니 저는 이 때문에 그걸 아옵나이다.”
文侯怒逐璜, 璜起而出.
문후는 화를 내며 적황을 내쫓아내니 적황이 일어나 나왔다.
次至任座, 文侯問之. 對曰: “君仁君也.
다음에 임좌(任座)에 이르러 문후가 물으니 대답했다. “임금은 어진 임금이시옵니다.
臣聞其君仁者其臣直, 向翟璜之言直, 是以知也.”
‘임금으로 어진 이면 신하는 곧다’는 말을 들었으니 접때에 적황의 말이 곧았으니 이로 인해 알게 되었사옵니다.”
文侯曰: “善.” 召翟璜入, 拜爲上卿.
문후는 “좋다”라고 말하고서 적황을 불러 들이게 하고서 상경에 임명했다.
舊本翟璜誤作任座.
옛 판본엔 적황이 임좌로 잘못 기입되어 있다.
해설
옛날에 천자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신과 같은 존재가 하는 말은 누구라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하 지당하옵니다’를 앵무새처럼 되뇌는 수많은 예스맨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 바로 조정이다.
흔히 치세라고 하면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한 시대를 꼽는다. 그래서 ‘부국강병’이라는 말이 치세를 가늠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유가의 정치 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관점은 다만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오히려 절개를 알고 곧은 말을 할 줄 아는 삐딱한 신하들이 많고, 그 신하들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천자가 있는 시대가 바로 치세이다. 바로 그러한 신하를 이전에 ‘선비’라고 불렀다. 이들은 군주의 잘잘못을 가리는 귀찮은 심판관들이었다.
이러한 선비들의 철학이 바로 유학이다. 유학을 말할 때 보통 공맹(孔孟)의 학문이라 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이를 비꽈서 맹꽁 맹꽁이의 학문이라고도 했다. 이는 비꼬는 말일 수도 있고 뻣뻣함이 지나쳐 답답할 정도로 보인 유학자의 단면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유학자 가운데 뻣뻣한 목의 첫 손가락에 드는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맹자를 들 수 있다.
공자의 학문을 한 글자로 표현하라면 당연히 인(仁)이다. 부모 자식 사이의 피로 얽혀 있는 원초적 도덕 정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논어』를 읽어보면 시골 서당의 나이 지긋한 스승의 말이 연상된다. 이에 비해 맹자는 공자보다 거친 시대를 살아서 인지 대단히 논쟁적이고 전투적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분노하는 꼬장꼬장하고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인 ‘의(義)’를 ‘인’과 짝하게 배치한 사람이 바로 맹자다.
한 제후가 군주와 백성과 사직 중에 무엇이 제일 귀중하냐고 묻자 맹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단정적으로 군주는 하찮다고 했다. 난세를 치세로 바꾸고 치세가 난세로 추락하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아선 선비 정신의 원조인 셈이다.
첫 번째 「동선강항(董宣彊項)」 이야기의 인물인 동선의 표제는 말 그대로 ‘뻣뻣한 목 동선’이다. 제갈공명을 ‘누워 있는 용’이라 불렀다면 이 사람은 ‘누워 있는 호랑이’에 비유된다. 천자가 사랑하는 공주와 맞선다는 것은 아무리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다손 쳐도 내 목 가져가쇼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적황직언(翟璜直言)」 이야기에서 적황과 임좌의 답변은 가히 쌍벽을 이룰 만한 충신의 말이다.
-『몽구』, 이한 지음,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2008년, 55~5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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