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벗이 중요하다고 해놓고선 천하디 천한 엄항수와 벗이 되었다뇨, 이게 뭔 말인가요
박지원(朴趾源)
蟬橘子有友曰‘穢德先生.’ 在宗本塔東. 日負里中糞, 以爲業. 里中皆稱嚴行首, 行首者, 役夫老者之稱也, 嚴其姓也.
子牧問乎蟬橘子曰: “昔者, 吾聞友於夫子曰: ‘不室而妻, 匪氣之弟.’ 友如此其重也? 世之名士大夫, 願從足下, 遊於下風者多矣, 夫子無所取焉. 夫嚴行首者, 里中之賤人役夫, 下流之處而恥辱之行也, 夫子亟稱其德曰‘先生’, 若將納交而請友焉, 弟子甚羞之, 請辭於門.”
해석
蟬橘子有友曰‘穢德先生.’
선귤자(蟬橘子)에게 벗이 있으니, 예덕선생(穢德先生)이라 불리고
在宗本塔東.
종본탑(宗本塔) 동쪽에 살았다【예덕선생(穢德先生): 미상(未詳)이다. 현재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 안에 있는 원각사지(圓覺寺址)의 석탑[白塔]을 가리킨다. 박제가(朴齊家)의 『정유문집(貞蕤文集)』 권1 「백탑청연집서(白塔淸緣集序)」에 의하면, 한때 그 부근에 연암과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 등이 살았다고 한다.】.
日負里中糞, 以爲業.
그는 매일 마을의 똥을 지고 다니며 그것으로 직업을 삼았다.
里中皆稱嚴行首,
마을에서는 그를 엄항수(嚴行首)라고 불렀는데,
行首者, 役夫老者之稱也,
항수(行首)는 역부(役夫) 중에서 늙은이를 칭하는 말이고
嚴其姓也.
엄(嚴)은 그의 성(姓)이었다.
子牧問乎蟬橘子曰:
자목(子牧)이 선귤자에게 말했다.
“昔者, 吾聞友於夫子曰:
“일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벗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不室而妻, 匪氣之弟.’
‘벗은 같이 살지 않는 마누라요,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다【윤광심(尹光心)의 『병세집(幷世集)』에 수록된 이덕무의 適言讚 讚之七 簡遊에 나오는 말이다.】.’
友如此其重也?
벗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世之名士大夫, 願從足下,
세상의 유명한 선비와 벼슬아치들이 선생님을 따르기 원했지만,
遊於下風者多矣, 夫子無所取焉.
천박한 자가 많아 선생님께서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夫嚴行首者,
그런데 엄항수는
里中之賤人役夫, 下流之處而恥辱之行也,
마을에서 가장 천한 사람이고 역부와 같은 하층 계급으로 하는 짓이 치욕스러운데도
夫子亟稱其德曰‘先生’,
선생님께서는 그 덕을 극히 칭송하여 ‘선생(先生)’이라 부르시고
若將納交而請友焉,
이같이 친교를 맺어 벗으로 청하려 하시니,
弟子甚羞之, 請辭於門.”
저는 매우 부끄러워 문하(門下)에서 떠날까 합니다.”
인용
1화: 벗이 중요하다고 해놓고선 천하디 천한 엄항수와 벗이 되었다뇨, 이게 뭔 말인가요
3화: 제자의 반론과 이덕무의 설명
5화: 엄항수의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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