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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3.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는 이유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3.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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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돌아가야 하는 이유

 

 

소화시평권하 3에서 홍만종은 사람들에게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은 시들을 선별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홍만종의 이런 시도가 남다르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글의 소재란 일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소감의 정리이거나 기존의 나온 작품들의 재해석이거나, 이미 나온 해석에 나만의 해석을 붙이는 것이거나 하는 따위이기 때문이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듯이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있고 그걸 내가 생각한 방식대로 엮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표절이라거나 단순한 편집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진 말자. 의미 있는 하나의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생각들을 하고 그걸 정리하며 구성해냈을 테니 말이다. 홍만종이 이 글에서 8편의 시를 골라내고 거기에 따라 짧게 굵직하게 감상평을 덧붙인 것이야말로 그의 생각의 결정체이자 고갱이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身爲藏珠剖 妻因徙室忘 몸에 구슬을 감추려 해부하기도 하고 처를 이사하느라 놓고 오기도 하네.
處心如淡泊 遇事豈蒼黃 마음을 담백하게 처해나가면 일을 만나도 어찌 허둥대겠나?

 

이곡의 시1~2구에서 이미 그 당시에 유행처럼 알려져 있던 성어를 다루고 있다. 서역의 상인들이 귀한 보석을 찾게 되면 그걸 어떻게든 가지고 오기 위해서 배를 가르고 그 안에 구슬을 넣는다는 얘기를 인용하고, 누군가는 이사 하느라 막상 챙겼어야 할 아내마저도 놓고 왔다는 얘기를 인용하고 있다. 두 이야기는 모두 다른 것에 신경 쓰느라 막상 지켜야 할 것을 등한시한 이야기다. 몸보다 귀한 건 없음에도 보석 때문에 몸을 상하게 한다든지, 이사 가는 목적이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임에도 가족 구성원으로 가장 중요한 아내를 놓고 온다든지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현실을 그대로 꼬집은 얘기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이곡은 3~4구에서 아주 담박하게 서술하고 있다. 결국 그런 사단이 벌어진 것은 견물생심에 빠져, 너무도 급작스런 상황에 휩쓸려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경황이 없을 때일수록, 욕심이 눈앞을 가려 사리분별을 못하게 될 때일수록 마음을 담백하게 먹고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듯이 느림의 미학같은 경우가 이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홍만종은 더욱 더 본질로 들어가 사람의 물욕이 내면으로 감춰진 것을 비유했다[以譬人之物欲內蔽].’고 꼬집고 있다. 홍만종은 두 상황을 모두 물욕에 휩쓸린 나머지 자신이 막상 지키고자 하는 것을 망각한 경우라 본 것이다.

 

하권 3
遆職後 示兒
일희일비하거나 욕망을 따르는 무리에게
復寄仲始司藝 送僧之楓岳
사람의 인품과 물욕에 대해
江上 南溪暮泛
벼슬길에 나가려는 사람에게
詠雲 歧灘
改頭換面口蜜腹劒하는 사람에 대해

 

 

 

 

 

 

 

 

인용

목차

상권 목차

하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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