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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21. 한치 앞도 모를 사람의 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21. 한치 앞도 모를 사람의 일

건방진방랑자 2021. 2. 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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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모를 사람의 일

 

 

오늘은 국토종단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지도 보는 법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익숙해졌다고 방심한 탓일까. 그 자신감에 된통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이래저래 걸으면서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최악의 날이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오늘은 가야 할 목적지가 분명하니 좋다. 하지만 과정이 힘들거란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출발할 때부터 별로였다. 잠을 뒤척였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몸은 무겁고 의욕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니 조금 생기가 돌았다고나 할까. 그런 생기로 힘차게 영광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다. 김밥을 사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내가 점차 멀어지고 있는데도 김밥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라. 어쩌겠는가? 그저 점심을 식당에서 먹자는 생각으로 나름의 위안을 삼으며 가던 길 계속 가는 수밖에.

하지만 그게 낭패였다. 앞날을 그 누가 알겠는가ㅡㅡ;; 내가 계획했다 할지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여행에서는 계획 자체가 하나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바람에 불과할 뿐이다. 언제든 새로운 상황이 닥쳐올 것이고 그에 따라 계획은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걸 테다. 3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게 될 줄은 그 땐 정말 몰랐다.

 

 

▲ 영광에 왔는데, 굴비를 먹어보진 못했다. 아쉽게도~

 

 

 

국토종단자들이여 4차선 도로를 피하라

 

오늘은 23번 국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일반도로가 있는 데도 헤맬까봐 쉬운 길을 택한 거다. 하지만 그 선택이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영광에서 고창군 경계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2차선 도로였고 민가를 사이에 둔 한적한 길이어서 걷는 기분이 남달랐다. 늘 생각했던 국토종단이 그대로 재현된 듯했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았다. 그러니 오로지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창에 들어서니 모든 게 변했다. 길도 4차선으로 넓어졌고 고속도로에서나 보았던 은색의 소음방지막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에 오후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원하게 불던 바람도 그쳐 뜨거운 햇볕만이 작렬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볕은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궜고 쫙 펼쳐진 아스팔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열기는 그대로 나에게 흡수됐다. 햇볕의 이중고를 견디며 걸어가고 있으니 아주 미칠 지경이더라.

 

 

▲ 다음뷰에서 본 23번 국도.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닌 자동차만을 위한 길이다.

 

 

그런 상태일지라도 자연을 보며 걷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참을 만 했을 거다. 하지만 목포에서 무안으로 향하던 국도 1번 길이 그랬듯, 이 길도 끝없이 쫙 펼쳐져 있다 보니 반복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더라. 내 인내심은 그렇게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국도도 4차선으로 확장한 곳이면 고속도로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예전에 만들어진 길은 마을을 지나고 굽이굽이 돌아갔던 데 반해, 지금 새롭게 만들어진 4차선 도로는 오로지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직선화하여 마을을 지나가지도 굽이굽이 돌아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4차선 도로는 차에겐 최적의 도로지만, 사람에겐 최악의 길일 수밖에 없다. 여태까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을 막상 걸어보며 제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했던 선택으로 인해 된통 당하고 있다. 그동안 헤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방도나 일반도로 가려는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는 게 이 순간은 엄청 후회가 되더라. 편한 국도만을 고집했기에 그런 안일주의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거다.

 

 

▲ 어쩔 텐가. 그래도 왔으니 계속 가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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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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