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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모더니즘(Modern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모더니즘(Modern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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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Modernism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는 흔히 현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주관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이 곧 현대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식과는 달리 현대성은 사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라는 말은 현재의 시기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이기도 하지만 고유명사로 쓰면 19세기 말~20세기 초 이후를 가리킨다. 바로 그 무렵에 전통적인 권위와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모더니즘이라는 지적 흐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낡은 틀을 부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대개 사회 이론이나 과학보다 문학이나 예술이다. 중세의 틀을 해체한 이탈리아 르네상스(Renaissance)의 기폭제가 된 인물도 단테와 페트라르카 같은 문학가들이었듯이 모더니즘도 철학이나 과학보다 예술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사실주의를 반대하면서 탄생한 인상주의가 모더니즘의 선봉이었다. 우리로 치면 국전(國展)에 해당하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보수적인 살롱전은 시대의 추세를 무시하고 여전히 사실주의적 원칙을 고수했다. 구태에 젖어 있는 아카데미 화풍과 살롱전의 기준에 반발심을 품은 낙선 화가들은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어느 기자가 이들을 가리켜 인상주의자(Impressionniste)’라고 비아냥거린 명칭이 바로 르네상스 이래 가장 큰 미술사상의 변혁을 초래했다.

 

1830년대에 사진술이 발명되었을 때 화가들은 사실상 직업을 잃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통적으로 회화 미술은 현실의 인물이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가치를 찾았는데, 그 점에서는 도저히 사진술과 경쟁할 수가 없었다. 이제 화가의 솜씨를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인물과 풍경을 그림보다 더 사실적인 이미지로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컬러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에 화가들이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지만 어차피 시대의 변화는 사실주의가 감당하지 못할 게 뻔했다. 그와 달리 인상주의 화가들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현실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다. 시작은 순수한 예술성의 추구였을지라도, 사진으로 포착할 수 없는 회화 미술의 독자적인 영역을 찾으려 한 인상주의는 화가들의 직업적 수명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이후 인상주의처럼 전통의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양식을 추구하는 흐름은 미술로 이어져 상징주의,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를 낳았다. 문학에서도 기존의 문체나 플롯의 구성 방식을 풍자하고 현대 문명의 어두운 측면과 소외를 부각시키는 사조를 낳았다. 모더니즘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비합리성과 반과학주의로 나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술과 문학상에 생겨난 새로운 풍조의 배후에는 근대 이성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철학상의 중대한 변화가 깔려 있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로부터 시작된 근대 이성과 철학적 합리주의는 자본주의와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절정의 위세를 떨쳤고, 19세기 후반의 자연과학주의와 실증주의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 현실의 변화는 수십 년 전부터 사상의 변화를 통해 예고되고 있었다.

 

19세기 초 헤겔(Hegel, 1770~1831)의 사상에서 근대 이성은 종착역에 이르러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후의 철학자들은 색깔과 방향은 제각각이었어도 한 목소리로 헤겔 철학을 비판하면서 전통적 형이상학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런 점에서 모더니즘은 이미 철학적으로 준비되었고 그것이 표출된 분야가 곧 예술과 문학이었다. 이 새로운 추세는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또다시 중대한 형질 변화를 겪는다. 그 결과는 모더니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불리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양태로 정형화되지는 않았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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