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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마르크스 주의(Marx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마르크스 주의(Marx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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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Marxism

 

 

이론과 실천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지만 엄연히 다른 차원에 속한다. 학문과 삶도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론을 구성하고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은 학자로서의 임무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활동가로서의 삶이다. 과학의 경우를 제외하면 두 측면을 한 사람이 소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드문 예에 속하는 사람이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단지 세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기만 했으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스물일곱 살 때 쓴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Thesen über Feuerbach)라는 책자에 나오는 마지막 열한 번째 테제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Platon, BC 427~347)은 자신의 이상국가론을 실현하기 위해 애썼고 중국의 공자(孔子, BC 551~479)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현실에 적용할 나라를 찾기 위해 천하를 주유(周遊)했다.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세계관과 도덕관에 입각해 이론과 사상을 구성했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실험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들과 달리 기존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이론을 구성했으며, 현실에 내포된 문제점과 모순을 바로잡는 혁명을 시도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마르크스주의라고 하지만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가 살아 있을 때부터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으나 마르크스 본인이 그것을 거부한 바 있다. 20세기 초에 출현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표방한 마르크스주의를 마르크스가 보았다면 아마 자신의 이름이 부당하게 도용되었다며 흥분했을지도 모른다.

 

우선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가치, 노동)에 따르면 사회주의 혁명은 제정러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단계를 충실히 거친 뒤 그 물질적 토대를 바탕으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생전 급진적 혁명론을 제시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혁명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자 마르크스는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의 과다가 아닌 부족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력한 반() 자본주의자였던 마르크스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혁명의 단계를 뛰어넘는 것을 얼마나 경계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마르크스는 기본적으로 인간 해방의 궁극적 이념을 목표로 삼고 이론과 실천을 전개했다. 그가 유물론을 내세운 이유는 경제 결정론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물질적 조건이 인간 해방을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유의 왕국과 필연의 왕국을 구분하면서 인간의 노동이 필요와 목적에 의해 강요되는 필연의 왕국이 극복되어야만 자유의 왕국, 즉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사회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입장은 비록 단계론의 결함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사회의 발전이 물리학의 법칙과 같은 일종의 자연사적 과정을 취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인위적인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20세기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사회주의 이행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을 실현하고자 했다. 해방의 이념과 법칙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그들은 결국 관료제에 굴복했다.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는 그 문제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 진영의 파상적인 공세 앞에 좌초하고 말았다.

 

마르크스는 자본론1권밖에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가 마르크스의 유고를 편집해 2권과 3권을 출간했다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만약 자본론이 그의 생전에 완성되었다면 세계자본주의론, 계급론, 혁명론이 다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자본주의 분석을 통해 사회주의 이행의 필연성을 논증했으니 그 다음은 당연히 혁명의 주체와 과정을 분석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자본론을 끝까지 완성했다 하더라도 마르크스는 세계자본주의로 책을 끝맺고 계급론과 혁명론은 다루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전하면 자본주의의 모순도 충분히 성숙할 것이고 사회주의 혁명은 어떤 형태로든 -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가 처한 실정에 따라 가변적으로 - 일어나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으나 마르크스의 혁명적 낙관주의가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마르크스가 분석하던 시기의 자본주의와 현대 자본주의의 양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범주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또한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이 끝없이 갈등을 빚는 모순이 해소된 것도 아니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방식을 통해 자본주의적 모순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그 근본 모순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를 세계적 규모로 전일화(全一化)하려는 세계화 전략이 성공하고 나면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은 다시 다른 형태로 고개를 치켜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예언은 현재까지 판단중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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