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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Ⅵ. 꿈과 깨어남 - 2. 꿈 은유의 중요성, 사유중심적 진리관과 존재중심적 진리관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Ⅵ. 꿈과 깨어남 - 2. 꿈 은유의 중요성, 사유중심적 진리관과 존재중심적 진리관

건방진방랑자 2021. 7. 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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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유중심적 진리관과 존재중심적 진리관

 

 

따라서 장자의 꿈 은유는 단순히 치료적 효과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꿈 은유는 장자가 생각하고 있던 진리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진리는 고전적으로 존재와 사유의 일치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존재와 사유의 일치로서의 진리는 내용적으로 두 가지 상이한 견해를 낳게 된다. 하나는 사유를 중심으로 이해된 존재와 사유의 일치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를 중심으로 이해된 존재와 사유의 일치다. 이 두 가지 상이한 진리관은 주체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상이한 이해를 함축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유 중심적 진리관이 주체의 역량을 강조한다면, 존재 중심적 진리관은 타자의 고유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자가 존재 중심적 진리관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타자에 대한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유 중심적인 진리관이 주체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유란 기본적으로 자기 동일성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어제 본 나무를 오늘 보고 이것은 바로 어제 본 그 나무다라고 판단하기 위해서, 어제 나무에 직면했던 자신과 오늘 나무를 보고 있는 자신은 같은 나일 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A=A이기 위한 조건은 나=나라는 것이다. 결국 사유와 판단은 나는 나다라는 자기동일성, 즉 인칭성(personality)을 전제로 한다. 반면 존재 중심적인 진리관은 타자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타자 중심적이라는 말로 우리는 주체의 고유한 위상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말로 우리가 의미하는 것은 주체나 주체의 사유가 기본적으로 조우한 타자에 맞추어 자기 조절하는 역량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데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나로 하여금 사유를 강제한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가?’라는 고민과 사유는 모두 내가 사랑하는 그녀로부터 강제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자가 내게 주는 정보에 따라 주체는 사유뿐만 아니라 주체의 실존 형태마저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약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매사에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는 나로 변화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와는 달리 불행하고 소극적이며 무기력한 나로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존재와 타자 중심의 진리관에서 주체는 기본적으로 비인칭성(impersonality), 즉 유동성(mobility)을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것을 타자에게 하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공자의 서의 원리는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자에게 하지 마라[人所不欲, 勿施於人].’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과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얼른 보면 모두 사유에 의해 정립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적으로 사유에 의해 정립된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자와는 무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의 사유에 의해서 생각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권고했던 타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사유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립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조우하고 있는 타자로부터 강제된 것이어야만 한다. 이런 강제로부터 나의 사유는 비자발적으로 출현되는 것이다. 마치 달팽이가 촉수를 휘두르며 길을 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촉수를 조심스럽게 휘두르면서 장애물의 정보를 읽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는 접촉한 타자로부터 그 타자와 관계하기 위해서 그 타자의 고유성을 사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자의 서의 원리에 사유 중심적, 주체 중심적 진리관이 전제되어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원칙에는 존재 중심적, 타자 중심적인 진리관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장자에게 전자의 진리관이 꿈에 비유될 수 있다면, 후자의 것은 깨어남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사유중심적 진리관 존재중심적 진리관
주체의 역량 강조 타자의 고유성 강조
사유란 자기동일성을 전제함 유동성
인칭성 비인칭성

 

 

 

 

인용

목차

장자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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