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재 이야기’의 두 층위
1. 심재(心齋)란?
‘심재(心齋)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과 ㉯)으로 구성된다. 우선 10 부분을 먼저 분석해보도록 하자. 심재라는 말에서 재(齋)라는 글자는 ‘재계하다’라는 의미다. 재계한다는 것은 제사 같은 것을 지낼 때 심신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의 재계한다라는 것은 음식을 삼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공자가 심재(마음의 재계)를 말할 때, 그의 제자 안연은 자신은 집이 가난해서 저절로 음식을 삼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공자는 자신이 말한 것은 제사 지낼 때의 재계가 아님을 분명하게 말한다. 이어서 공자는 자신이 심재라는 말로 의미했던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우선 우리는 자신의 지향[志]을 전일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앞에서 살펴본 포정 이야기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포정은 처음에 모든 것이 소로 보일 정도로 소에 자신의 뜻을 집중했었다. 그리고 이어서 공자는 ‘감관으로 타자의 소리를 듣지 말고, 이어서 마음으로 타자의 소리를 듣지 말고, 기(氣)로 타자의 소리를 들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감관은 단지 자신의 역량에 맞는 것만을 듣기 때문이고, 마음은 만약 고착된 마음이라면 자신에게 초자아로 내면화된 공동체의 규칙을 매개로 해서만 타자와 관계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장자가 권고하는 기로 들으라[聽之以氣]고 하는 것은 기가 바로 비인칭적인 마음이 지닌 소통 역량, 즉 신명(神明)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공자의 입을 빌려 ‘기란 비어서 타자와 조우하는 것[氣也者, 虛而待物者也]’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여기서 말하는 기란 기본적으로 비어 있는 마음으로 타자와 소통하는 마음의 소통 역량으로서의 심기(心氣)를 말한다. 오직 우리가 이런 비인칭적인 마음을 회복했을 때에만, 타자와의 소통은 가능해진다[唯道集虛]. 이렇게 마음은 심재를 통해서 소통이 실현될 수 있는 실존적 필요조건(=虛)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서 비운(虛) 마음은 「제물론(齊物論)」 편에서 말한 도(道)의 상태에 있는 비인칭적 마음(=虛心)에 다름아니다. 이처럼 공자의 입을 빌려 장자가 권고하고 있는 심재란 인칭적인 마음을 제거하고 거울과 같이 맑은 비인칭적인 마음을 드러내는 수양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심재라는 수양 방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시 살펴보아도 좀 막연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심재라는 수양 방법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였는지는 이어지는 안연의 말로부터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제가 심재를 실천하기 전에는 안회라는 자의식(내면)이 실재처럼 존재했었지만, 심재를 실천하자 자의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비움[虛]이라 하는 것입니까?” 분명 안연은 심재라는 수양 방법을 통해서 자신이 안연이라는 자기의식의 동일성을 버렸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구절을 통해서 이야기한다면 안연은 이제 인칭적인 자의식의 소유자가 아니라 고착된 자의식을 잃어버린[喪我] 나[吾], 자신의 단독성을 회복한[見獨] 단독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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