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동양사, 섞임 - 8장 외부에서 온 인도의 통일, 간디와 인도 독립: 인도에서 종교란 본문

역사&절기/세계사

동양사, 섞임 - 8장 외부에서 온 인도의 통일, 간디와 인도 독립: 인도에서 종교란

건방진방랑자 2021. 6. 9. 04:47
728x90
반응형

 인도에서 종교란

 

종교적 자유가 완전히 허용된 사회에서는 오히려 종교를 편협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특정한 신을 모시거나, 특정한 내세관을 가지거나, 특정한 종교적 규율에 따르는 것, 요컨대 신앙을 종교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종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 첨단의 시대에 아직도 종교를 가지고 싸우느냐고 혀를 찬다. 종교를 첨단과 대비시킬 만큼 낡아빠진 것으로 보는 견해다.

 

하지만 종교가 단순한 신앙이라기보다 생활 방식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도 많다. 수천 년에 달하는 역사를 통해 그 점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고대에 인도는 아소카와 카니슈카 등 불교를 기반으로 통치한 군주들이 많았고, 중세에는 외래 종교인 이슬람교의 지배를 받았으며, 영국의 식민지 지배가 끝난 뒤에는 결국 종교 때문에 파키스탄이 분리되었다. 이쯤 되면 인도에서 종교는 정치나 경제보다 중요한 역사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인도의 종교는 힌두교로 알려져 있지만, 힌두교는 사실 하나의 종교가 아니다. 인도의 어원인 힌두(Hindu)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의 신두(Sindhu, 큰 강, 인더스 강을 가리킨다)에서 나왔는데, 인도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힌두교는 특정한 종교라기보다 그냥 인도의 종교라는 뜻이며, 인도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진 모든 종교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 자이나교 등이 힌두교에서 갈라져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힌두교는 그리스도교나 이슬람교와 달리 강력한 교리도 없고, 위계적인 교회 조직도 없다. 수억 명이 가진 세계적인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세계종교들처럼 포교적인 성격도 없으며,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관용한다. 그런 점에서 힌두교는 종교라기보다 관습이나 생활 방식, 인도의 모든 전통과 역사, 문화다. 그렇다면 힌두교는 인도의 종교를 넘어 인도의 사고방식이다.

 

힌두교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 대다수 종교는 신앙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원리로 기능한다. 그래서 종교 분쟁은 낡아빠진 게 아니라 첨단의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다툼이며, 갈수록 그런 성격이 더 선명해질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 때문에 분리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 직후부터 다시 종교 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접경지대에 위치한 카슈미르를 놓고 두 나라가 영토 분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종교와 문화, 관습을 놓고 싸우는 것이었다. 신생국 인도의 총리로 취임한 네루는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고, 힌두교를 강조하기보다 인도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근대화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1964년 병으로 쓰러질 때까지 17년간 내내 파키스탄과의 갈등에 시달렸다.

 

종교가 인도의 정치에 영향을 미친 과정은 네루의 가문사가 잘 보여준다.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 1917~1984)는 아버지가 죽고 2년 뒤인 1966년부터 11년 동안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1977년 총선에서 그녀가 속한 신국민회의당이 패배하는 바람에 정계에서 잠시 물러났지만, 이듬해 복귀에 성공해 1980년부터 네 번째 총리를 역임했다. 그러나 1984년 간디는 이슬람교의 한 종파인 시크교의 사원을 군대로 공격했다가 시크교도에 의해 암살되었다. 어머니에 이어 총리가 된 라지브 간디(Rajiv Gandhi, 1944~1991)1991년 선거 유세 도중에 폭탄 테러로 숨졌다.

 

인도에서 종교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는 몇 가지 요소로 환원할 수 없는 나라다. 국토의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가깝고, 인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12억 명에 달한다. 그런 만큼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하나의 문명권이며, 극히 다양한 요소가 공존한다. 카스트와 같은 전근대적 관습이 남아 있는가 하면, 할리우드보다도 영화 생산량이 많아 발리우드(Bollywood)라는 별명까지 있다. 또한 고대부터 발달한 과학적 전통의 영향으로 지금도 세계 첨단의 과학 수준을 자랑한다(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인도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인도는 여전히 종교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것은 인도가 낡은 체제에 묶여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무척 오랜 지역임을 나타낸다. 향후 인도가 나아갈 길은 그 역사와 전통이 인도 문명권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용

목차

한국사 / 서양사

민족의식에 눈뜨다

독립과 동시에 분열로

인도에서 종교란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