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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5부 국제화시대의 고려 - 3장 안정의 대가, 국왕의 쿠데타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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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5부 국제화시대의 고려 - 3장 안정의 대가, 국왕의 쿠데타②

건방진방랑자 2021. 6.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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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쿠데타

 

 

아무리 장인이자 외할아버지라 해도 인종은 이자겸이 노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때마침 1126년 이자겸의 전횡에 반대하는 대신들은 이제 열일곱 살이 된 인종에게 이자겸 일파를 제거하자고 부추긴다. 인종은 즉각 동의하고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는데, 말하자면 국왕이 반란을 획책하는 셈이니 왕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자겸은 국왕의 반란을 진압할 만한 물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자겸의 동업자이자 군사력을 담당한 그 인물은 바로 윤관(尹瓘)의 부관으로 9성을 개척하는 데 공을 세운 바 있는 척준경이다.

 

김찬(金粲), 안보린(安甫鱗), 지녹연(智祿延) 등 왕당파는 문벌 세력이 나라를 주무르는 데 반대하는 하급 무관들을 조직해서 착실히 반란을 준비한다. 이윽고 거사일을 맞아 그들은 궁성에서 봉기했는데, 태산을 울릴 듯하다가 정작으로 잡은 건 쥐꼬리뿐이다. 겨우 척준경의 동생을 살해한 성과 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화가 난 척준경이 군사를 일으켜 국왕의 반란을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죽이거나 유배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궁성마저 불타 없어졌으니 인종은 이제 권력만이 아니라 집마저 잃은 비참한 국왕이다. 자포자기로 그는 그 참에 왕위를 이자겸에게 넘기려 했으나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자겸은 일단 왕을 연금해 버린다. 기회를 봐서 왕을 독살하고 자신이 즉위한다는 게 그의 시나리오다(실제로 그는 독살을 시도했으나 자신의 딸이 조카이자 남편인 인종에게 알리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꽉 막힌 사태를 푸는 열쇠는 물리력을 지닌 척준경에게 있었다. 그 점을 알아차린 최사전이라는 자가 다시 비밀리에 인종을 접촉해서 척준경을 이자겸에게서 떼어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장으로선 뛰어나지만 단순무식했던 척준경, 인종이 지난 일을 잊겠다고 말하면서 다독거리니 그만 넘어가 버린다. 결국 왕의 사주를 받은 척준경이 선수를 쳐서 이자겸 일당을 잡아들이는 것으로 기묘한 반란은 끝났다. 이자겸은 전라도 영광에 유배되어 곧 죽었고, 780여 년에 걸쳐 고려 왕실의 외척으로 떵떵거리던 인주 이씨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척준경의 운명이다. 이자겸과 왕당파 양측에게 모두 일등공신인 척준경은 이듬해인 1127년 탄핵을 당해 유배되면서 토끼를 잡은 뒤 사냥개가 어떻게 되는지 온몸으로 체험해야 했다.

 

비록 쿠데타를 성공시켜서 왕정복고를 이루기는 했으나 고려 왕실의 권위는 이제 땅에 떨어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된 이유는 물론 왕실의 외척 세력이 지나치게 커진 탓이지만, 여기에는 단순히 고려의 내부 사정만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 개국 초부터 사대의 대상이었던 한족 왕조 송나라가 힘을 잃고, 현종 이래 고려의 상국으로 군림했던 요나라가 멸망하는 일련의 국제적 격변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질서를 무너뜨렸고 고려의 권력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가 혼란 상태에 있는 한 고려의 진통은 이자겸 사태 하나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고려 왕실에는 곧이어 또 다시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닥친다.

 

 

여진의 실력 개국 초부터 북방의 야만족이라고 얕보았던 여진은 고려가 질척거리고 있는 동안 어느새 통일을 이루고 금 나라를 세울 만큼 성장해 있었다. 물론 이자겸이 사금책을 들고 나온 것은 여진의 성장을 경계하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였다. 그림은 여진 병사와 여진문자다(한자를 본떠 만든 티가 역력한데, 거란문자도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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