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생국의 신경전②
국호 문제가 통과된 시점에서 이제 명나라의 수중에 남은 카드는 바로 이성계에 대한 승인장이다. 조선을 승인했는데 이성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애를 먹일 수는 있다. 1395년 11월에 이성계는 정총(鄭摠, 1358 ~ 97)을 명에 사신으로 보내는데, 그 임무는 자신의 승인장, 즉 조선 국왕 임명장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고상한 용어로 말하면 이것은 고명(誥命)과 인신(印信)이라고 부른다. 고명이란 왕위를 승인하는 임명장이고 인신이란 그에 부수되는 인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책봉의 절차라고 보면 된다. 원래 고명과 인신은 당나라 시대에 5품 이상의 관리를 임명할 때 주던 임명장과 인장을 뜻하는 용어였으니,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왕은 중국의 관리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조선이 중국 바깥에 있는 속국인 이상 책봉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이성계가 조선의 국왕 노릇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책봉을 받기 전까지는 정식 국왕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그는 고려권지국사(高麗權知國事)를 자칭할 수밖에 없었으니 여러모로 자존심도 상하고 나름대로 불편한 구석도 있다.
국호를 승인받은 이상 이성계는 책봉도 쉽게 이루어질 줄로 믿었다. 그러나 웬걸, 정총의 표문을 받아본 주원장(朱元璋)은 엉뚱하게도 표문의 문구가 불손하다며 트집을 잡는다. 애초부터 그는 뭔가 꼬투리를 잡을 심산이었으니 어차피 표문의 문구 따위는 표면상의 구실일 뿐이다. 그러나 주원장은 표문을 반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총을 억류해 버린다. 이듬해 조선은 다시 사신을 보냈으나 이번에도 역시 표문이 경박하다는 이유로 억류된다. 조선 정부가 명나라의 진의를 알게 된 건 그때다. 명 황실에서 표문을 지은 사람을 보내라고 다그친 것이다. 물론 그 지은이는 다름아닌 정도전(鄭道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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